주일, (대)축일 강론
2013.11.02 11:48

2013-11-3-C 해 31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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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31 주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리고로 들어가시어 길을 걸어가고 계십니다. 복음의 여러 곳에서 예수님은 길을 지나가십니다. 우리 인생길에도 예수님은 여전히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십니다. 오늘 자캐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물론 장애도 있었습니다. 군중 속에서 발돋움을 하고 보려해도 예수님을 좀처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자캐오의 콤플렉스는 우선 키가 작았습니다. 동족들로부터 왕따당하는 가련한 신세요 위축된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 앞에서도 대표적인 죄인으로 낙인찍힌 세리 중의 왕초이니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소문에 듣기에 간음하다 들킨 여인도 살려주셨다고하고(요한8,1-10), 세리 마태오의 집 초대에도 응하셨고 더구나 마태오를 제자로 부르시기까지 하셨다니 일말의 희망을 가져봅니다.

자캐오는 절실했습니다. “주님을 꼭 만나보아야만 할텐데. 이런 기회가 다시 없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보리라. 그런데 어떡한다!” 두리번거리다가는 옳지! 저기 돌무화과 나무가 있군. 창피하지만, 나무에라도 기어 올라가자. 그리고 예수님의 얼굴만이라도 보리라.” 하고는 돌무화과나무를 기어오릅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저것 좀 봐! 저 세리가 나무엘 기어오르네. 백성을 착취하고 돈방석에 앉았으면 됐지, 무엇이 아쉽다고 저 주책을 부리지? 혹시 뭐 돈이 생길 일이 또 있는 줄 아는가 보지.” 하며 수군거립니다. 자캐오는 고독했습니다. 돈은 많아 아쉽지 않아도 군중들로부터 멸시 천대받고 소외당하고 동족들로부터 받는 비난으로 인해 악몽에 시달리는 불안한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백성의 주머니를 착취하는 세리들의 대장 격인 세관장이니 백성들의 원성을 다 들어야 했습니다.

이제 인생이 40이 넘어 불혹의 나이가 되고 보니 이것이 참 인생인가, 이렇게 돈만 알고 백성들로부터 사람 취급도 못 받고 천덕구니로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착취로 벌어놓은 재산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헛되고 헛된 세상, 인생무상이로구나!” 하며 헛되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회한이 일고 예수님을 꼭 만나 인생상담을 해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체념이 앞섭니다. “사람취급도 못 받는 나같은 주제에 주제파악도 못하고. 그러나 먼발치에서나마 예수님을 바라보기라도 하리라.”는 심정으로 자캐오는 돌무화과 나무에 올라간 것입니다.

돌무화과 나무는 먹지 못하는 열매가 열릴 뿐입니다. 그가 살아온 인생을 대변하듯이. 그런데 예수님이 가까이 다가오십니다. 그냥 지나가시겠거니 했더니, 이게 왠 일입니까. 자캐오 앞에 오시어 멈추시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큰 소리로,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서 머물러야 하겠다.”

이게 꿈인가요 생시인가요. 자캐오는 너무 황홀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천덕구니인 나를 황공하옵게도 예수님이 알아보시고 우리 집에 머물겠다고 하시다니요.

자캐오는 너무 황홀하여 얼른 미끄러지듯 내려와 보십시오 주님, 제가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혹시 제가 다른 사람의 재산을 횡령한 것이 있다면 4배로 갚겠습니다.” 하고 예수님을 모시고 자기집을 향해 깡충깡충 뛰며 돌아갑니다. 이제 자캐오는 살맛이 납니다. “이런 고귀한 분을 내집에 모시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세상 사람들이 죄인의 집이라하며 피하는 내 집에 이제 광명이 비쳤구나!”

그러자 이 모습을 보는 군중들은 빈정거리며, 저봐, 예수님이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군!” 하고 흉을 봅니다. 예수님은 더 가슴 벅찬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사람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이 얼마나 마음 설레이는 말씀입니까? 자캐오는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이제 삶의 의미를 찾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돈만 알고 사람 구실을 못하고 살아온 인생에 회한이 서리고 서럽고 왕따 당하며 살아온 설움이 복받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주님과 밤새도록 얼음장처럼 응어리진 마음의 회한을 녹여내려니 이 한밤이 짧기만 합니다.

저는요, 돈은 많이 벌었걸랑요. 그런데 사람들이 날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아 늘 외롭고 고독했걸랑요. 그런데 예수님이 나 같은 사람을 찾아주시니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예수님이 자캐오에게 묻습니다. 자캐오야, 네가 올라갔던 나무가 무슨 나무더냐?”

, 돌무화과 나무입니다.”

그 나무에 사람이 먹는 열매가 있더냐?”

없습니다. 그 나무(sycamore)의 열매는 가축사료로 쓰일 뿐입니다.”

네 인생이 그 나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 주님 그렇군요. 제가 올라갔던 그 나무가 제 인생을 그대로 반영하는군요. 잎만 크고 무성했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도 맺지 못하는 돌무화과나무는 꼭 제 인생과 같네요, 주님.”

주님은 이제 네가 참무화과 열매를 맺는 참 인생길을 내게 배우라.”고 권고하셨을 것이다.

"나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 복음성가를 지은 작가는 노예상인이었다. 아푸리카에서 싼값에 노예를 사서 미국에서 비싼 값으로 팔아 이윤을 챙기는 악덕 장사꾼이었습니다. 그가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지은 성가입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다.”

예수님은 자캐오의 집에 들러서 점입가경, “오늘 이 집에 구원이 이르렀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사람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고 선언 하십니다.

그리스도와의 만남의 비결은 내가 죄인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자캐오가 구원받을 때 바리사이들은 한편에서 죄짓기에 바쁩니다. “저 사람이 죄인의 집에 머무르네?”하고 흉보며 비판하는 죄를 범하고 있습니다.

파스칼은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스스로 죄인이라고 여기는 의인(세리의 기도, 자캐오)과 다른 한 부류는 스스로 의인이라고 여기는 진짜죄인(바리사이)입니다. 나는 어디에 속하는지 성찰해봅시다. 예수님은 첫째부류의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오지 않고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고 하십니다. 스스로 의인을 자처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며 실제로 죄없는 사람이 없으므로 그들은 거짓말쟁이입니다.

인간이 망하는 이유는 죄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자비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인간의 죄는 하느님의 구원은혜의 바다에 들어오면 하느님의 소금물로 정화되어 깨끗해집니다. 바닷물은 꾸정물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닷물은 썩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넓은 가슴은 바다보다 넓고 하늘보다 높아서 그 안에 품지 못할 죄가 없고 세상죄를 다 그 넓은 가슴으로 품어도 그분의 거룩함에 조금도 손상을 주지 못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긴 이야기를 아시나요? 황새 한 마리가 두 다리가 늪에 빠졌습니다. 부리를 박고 두 다리를 쑥 빼내었습니다. 이제는 부리를 빼느라 두 다리를 힘을 주니 다시 두 다리가 빠졌습니다. 그러기를 언제까지나 반복합니다. 아마도 100년간 계속해도 끝이 없을 것입니다.

죄악의 늪에 빠진 인간도 이와 같습니다. 왼쪽 발을 빼려고 오른쪽 발을 딛고 다시 오른쪽 발을 빼려고 왼쪽 발을 딛고 언제까지나 끝없이 허부적거리기만 합니다.

하느님은 땅을 정복하도록 인간에게 다스릴 권한을 주셨건만 인간은 땅의 늪 곧 죄악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만 합니다. 땅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땅에 푹 빠져 정복당하고 땅의 노예가 되어 삽니다.

그러면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누군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는 것이 믿음입니다. “자캐오야, 내려오너라. 오늘 네 집에 머물러야겠다.” 하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얼른 내려와 구명줄인 그리스도를 잡고 놓지 말아야합니다.

혹자는 죽을 때 고통 없이 잠자다 갑자기 죽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불행한 죽음입니다. , 준비 없이 죽는 것은 저주입니다.

죽은 후에는 통회도 이미 때가 늦기 때문입니다.

임종이 가까워오면 그저, “주님 나 살려주세요. 내 죄 다 용서해주세요. 눈 뜨면서부터 해질 때까지 죄로 점철된 인생이 아닙니까?” 이 말 밖에 다른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이 소중한 시간을 거드름 피울 여유가 없습니다.

칸트는 임종때 “Es ist gut!"하고 죽었다고 한다. 이는 위선입니다. 임종의 때는 점잔빼고 거드름피울 시간이 아닙니다. 그가 자존자이신 하느님을 인간의 필요에 의해 요청된 신(인간이 만든 신)으로 규정한 엄청난 사상적 오류를 후학들에게 남기고 하느님 앞에서 거드름 피운들 통할 리가 만무합니다.

하느님 앞에 모든 게 죄요 부족한 것 뿐이지 잘한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그저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만을 구할 뿐입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 곁을 여전히 지나가십니다. 자캐오를 만나주신 주님이 우리 곁을 지나가고 계십니다.

우리가 자캐오처럼 예수님을 만나 뵈오려는 애틋한 열망이 있다면 예수님을 볼 수 없게 가로막는 바쁜 일이나 사람들의 방해, 취미생활, 오락, 스포츠, 나 자신에 대한 자격지심, 실망과 좌절의 왜소함 등의 장애를 뛰어넘고, <<군중>>의 복잡한 틈새를 비집고,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참무화과나무였든, 돌무화과 나무였든, 어디든 예수님이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 그분을 간절한 열망으로 바라봅시다. 그러면 자캐오의 마음을 읽으셨던 그 예수님이 여러분의 앞에 오시어 부르실 것입니다. 아무게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이 얼마나 가슴 미어지는 감동입니까?

야뽁강 나루에서 하느님의 천사와 씨름하며 축복해주지 않으시면 이 손 못 놓겠습니다.” 하고 대롱대롱 매달리던 야곱에게 천사는 그의 이름을 사기꾼이라는 이름에서 하느님과 겨루어 이긴 자라는 의미의 이스라엘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도 영예롭다면 하느님을 이긴 자로서의 야곱의 메달은 다이어몬드 보다 더 귀한 메달입니다.

임종 때에 주님 축복해주지 않으시면 난 죽을 수 없어요!”하고 매달려봅시다.

하느님은 나를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맞바꾸셨습니다. 그리스도의 피값을 치르고 나를 사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하느님 앞에 참 소중한 당신이랍니다. 하느님은 나를 종업원으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자녀로 부르십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내 것 네 것 구별하지 않으십니다. “내 것이 다 네 것이란다.” 하십니다.

묵시록 320절에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 라고 약속하십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성체성사에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우리 안에서 사시기를 원하십니다. 자캐오가 주님을 자기 집에 모셨듯이 우리 마음의 집을 주님의 궁전으로 만들어 아주 우리 안에 영원토록 사시도록 합시다.

우리 곁에 다가오시는 주님을 그냥 놓쳐 버리지 맙시다.

나 같이 부족한 사람을 설마!” 하는 생각이 들거든 오늘 1독서인 지혜서에서,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하게 여기십니다.” 하시는 말씀과,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 “사람의 아들은 잃은 사람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하신 말씀을 상기합시다.

예수님이 우리 곁을 지나가시는 것은 우리를 찾아오시는 것입니다.

2독서의 바오로사도의 말씀으로 마감합니다. 우리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여러분의 모든 선의와 믿음의 행위를 당신의 힘으로 완성해주시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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