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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해 연중 30주일(예레 31-7-9; 히브 5, 1-6;마르 10,46-52)

오늘 복음에서는 두 부류의 장님이 등장한다. 육신 눈이 먼 장님(바르티메오)과 영신 눈이 먼 군중들이 바로 그들이다.

예리고는 예루살렘을 오르기 위한 도중에 있는 성이다. 오늘 예수님은 예리고를 거쳐 예루살렘을 향해 수난하러 올라 가시는 중이다. 몇 번이고 당신 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대해 제자들에게 예고했지만 제자들은 이를 깨닫지 못한다. 말하자면 육신 눈은 떠 있으나 영신 눈은 멀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르티메오라는 육신 눈이 먼 장님이 등장한다. 복음은 이 육신적 맹인이 그리스도를 인하여 눈을 뜨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영신적 개안(開眼)을 시도한다. 복음은 단순한 육신기적만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맹인 바르티메오는 나자렛 예수가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필사적으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친다. 장님이며 동시에 걸인인 그는 마치 적선을 바라는 것같이도 보인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것은 먹을 것, 입을 것 등의 물질적 적선이 아니다. 왜냐하면 필레스티나 지방에서 겉옷은 낮에는 의복, 밤이면 덮는 이불로 사용하는 가장 소중한 다용도 재산목록 1호에 해당되는데 이 맹인은 이 겉옷을 벗어 버리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달려갔기 때문이다. 이를 보아도 이 맹인이 얼마나 예수님께 대한 갈망이 간절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자 그리스도께서는,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고 물으신다. 그는  선생님, 제 눈을 뜨게 해 주십시오.  한다. 여기서 눈을 뜨게 해 달라는 이 맹인은 단순히 육신 눈을 뜨는 것만을 바라는 것일까? 아니다. 영신 눈도 함께 열어 주십사 간청하는 것이다. 그것은 소경이 눈을 뜨자 그리스도를 따라 나섰다 고 하는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만일 육신 눈을 뜨는 것으로 만족했다면 더 이상 주님을 따라갈 필요가 없이 자기 갈 길을 찾아 멀리 떠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육신 눈을 뜨자마자  그리스도를 따라 나섰다 는 것은 그가 육신의 눈만이 아니라 영신 눈도 함께 뜨이게 되어 구세주를 알아 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  보아라. 내가 땅 이 끝 저 끝에서 소경, 절름발이, 아기 가진 여자, 아기 업은 여자를 모아 오리라. 그들이 큰 무리 지어 돌아 오리라. 고 했듯이, 바르티메오는 영혼 육신 눈이 함께 열려 그리스도를 따라 나선 것이다.

오늘 제 2독서(히브리서)에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그리스도는 멜기세덱의 사제직분을 잇는 영원한 사제이시다. 그 분은 인간의 연약함과 질병, 고통 중에 있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자들은 다 내게로 오라. 고 부르시며 위로해 주시는 분이다.

하느님께서,  “그들은 울면서 떠나간 길을 위로 받으며 돌아오리라. 넘어지는 사람 하나 없도록 탄탄대로로 해서 시냇물가로 인도하리라.” 하셨듯이 그리스도는 이 사명을 띄고 대사제로서 하느님과 연약한 인간을 중개하고 계신다.

이제 영혼 육신의 눈을 뜬 바르티메오는 이 대사제 그리스도를 알아 뵙고 그 분을 따라 나선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제자들의 영혼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이다.

어둠과 그늘 밑에 앉아 있는 이들”(루가 1,79)의 상징인 바르티메오는 예수님을 따르고자 눈 뜨기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모범이 된다.

실상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이 수난하러 예루살렘으로 오르시는 중에도 자리다툼을 하며 현세적 영광과 출세만을 생각하며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통한 부활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영신적 장님이었다. 오늘의 제자들인 우리는 어떠한가?

십자가를 바라보기는 즐기나 십자가를 막상 지기는 싫어한다. 십자가는, 보고 구경하자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받아지고 골고타를 오를 때 비로소 부활의 서광이 비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오늘 바르티메오에게 “가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고 하시듯이 개안의 첫 조건은 믿음이다. 다음으로 믿음은 행동을 요구한다. 소경은 눈을 뜨고 예수를 따라 나섰듯이 그 분께 대한 믿음은 그 분을 따라 나서는 삶,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는 삶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리스도의 삶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삶이다. 제자들이 예수 부활사건 이후 성령의 인도를 받아 그리스도께서 걸으신 그 길 십자가의 삶을 살게 되었다. 물론 그리스도를 따르는 데는 버려야 할 미련도 많다. 왜냐하면 그 길은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기에 바르티메오 장님에게 있어 겉옷처럼 소중한 애착이 가는 그 무엇을 던져 버려야 하는 결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만일 그 겉옷에 대한 애착을 갖고 산다면, 길거리에서 구걸해야 하는 앞 못 보는 거지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뿐이다. 그 겉옷을 벗어 던지고 그리스도께로 향해 벌떡 일어나 다가갈 때 눈을 뜨고 영생의 길이 열리게 된다. 우리 앞에 그리스도를 따르기에 장애되는 겉옷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 육신생명에 있어 소중한 것, 애착이 가는 것이기에 쉽게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그러기엔 용기가 필요하다. 결단이 요구된다. 시간, 건강, 육신적 안일, 물질, 체면치레, 명예욕이 나를  길거리에 주저앉아 어둠 속에  집착하게 만드는 겉옷이 될 수 있다. 이를 떨쳐 버릴 때 그리스도를 만나 영생의 참된 행복의 길에 들어 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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