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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공현 대축일(이사60,1-6; 에페3,2-6; 마태2,1-12)

 

 

공현(Epifania)이란 나타낸다, 또는 계시한다, 발현한다는 뜻의 그리스말이다.

오늘 우리는 동방박사들이 베들레헴에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러 찾아온 것을 경축하고 기념하고 있다. 이 사건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동방박사들은 이교백성들을 대표한다. 즉 복음에 나타나는 마리아, 요셉, 엘리사벳, 요한, 목동들과 같은 아기 예수님 탄생사건을 직접 목격하거나 전해 들어온 유다인들의 세계밖에 살고있던 이교백성이 아기 예수님을 찾아 경배드리는 역사적 사건을 경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것은 다름 아닌 ‘하늘의 별’로 상징되는 주님이시다. 즉 이교백성들이 주님을 찾기 전에 먼저 주님이 찾아주신 것이다. 제2독서에 이방인의 사도인 성바오로는, “수세기에 걸쳐 감추어졌다가 마지막 때에 계시된 신비”라고 경탄하고 있다. 그 신비의 내용은 곧 이방인들이 그리스도안에서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형성하고 복음을 통한 약속에 참여하고 하느님나라의 상속에 참여하도록 초대받았다는 사실이다.

유다인들에게 무시천대받고 부정하다고 멸망할 족속으로 내팽개쳐진 이방인들이 하느님나라 상속자로 초대받았다는 사실은 얼마나 감격스런 기쁨인가? 이것이 오늘 축제의 기쁨이다.

이로써 하느님께는 더 이상 선택된 백성과 선택에서 제외된 민족의 구별이 없게 되었다. 모든 민족이 하느님께는 당신 백성이요 자녀인 것이다. 다만 당신 아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모든 백성이 이사야 예언자가 표현하듯 교회를 상징하는 빛에 싸여 잇는 예루살렘에로 초대받은 것이다. 성 아오스딩은, “오, 복된 교회여! 세상을 향해 눈을 들어라! 땅끝까지 그 유산을 보리라. 이미 말씀하신 바가 실현됨을 보게 되리라. 세상의 모든 군주들과 만백성이 주님을 흠숭하고 경배하리라”고 경탄하였다. 이것이 역사적 사건을 통한 주님의 공현축제의 내용이다.

또한 현대교회에서 이 공현축일은 또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의 세상에도 아직 현존하고 계신다. 신앙으로 그 분을 찾아야하며 동방박사들처럼 예루살렘을 통하여, 즉 교회를 통하여 그분을 찾아야한다. 동방박사들의 순례여정은 우리의 주님을 찾는 신앙의 순례여정을 상징한다. 동방박사들은 이 순례여정을 떠나기 위해 자신들의 동방의 궁전을 떠나는 아쉬운 결단을 내려야했다. 마치 아브라함이 갈데아의 우르를 떠나 목적지도 모른 채 주님의 명령만 의지하여 무작정 길을 떠나듯이(창세12장).

아기 예수님 계신 곳을 묻고 찾아 헤매며, 동방박사 체면도 잊어버린 채 주님을 찾고자하는 열망으로 불탔고 예루살렘 상공에서 별이 사라졌을 때에도 실망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끈기 있게 찾아 헤매었다. 드디어 찾았을 때에는 그들이 상상했던 대로 왕궁의 호화로운 강보에 싸여 누워 계신 것이 아니라, 가장 초라한 구유에 누워 떨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기 예수님을 발견하고는 의심하거나 메시아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분노하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고 즉시 조용히 무릎을 꿇고 경배하였다. 동방박사들은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메시아가 계신 곳을 물었다. 사제들은 베들레헴이라고 대답하였다. 동방박사들은 베들레헴에 찾아가 아기 예수님이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배하였다.

오늘도 예수님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빛의 예루살렘 곧 교회를 찾아야 한다. 주님의 빛이 빛나는 구원의 장소요 징표인 교회, 그 안에서 모든 백성들이 빛으로 나아가기 위해 초대된 교회로 향하여야 한다.

오늘날 간혹 예루살렘 밖에서 곧 교회 밖에서 예수님을 찾고자하는 소위 무교회주의자들이 있으나 이는 환상이다. 머리를 몸밖에서 찾을 수 없고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말씀,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성사 밖에서 그리스도를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그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계신 아기 예수님”을 발견하였듯이 우리도 신앙으로 아기 예수님을 낳아주신 어머니, 곧 교회와 함께 계신 예수님을 찾아야 한다.

예루살렘의 사제들은 메시아가 어디서 태어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주님을 경배하러 가기보다는 예루살렘에 남아 이 문제를 놓고 토론하는데 급급하였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계시지 않고 베들레헴에 계셨다. 오늘날 만일 어떤 사제가 그리스도께서 어디 계신지 곧 가난한 이와 고통받는 이들 가운데 계신다는 것을 말할 줄은 알지만 실제로 가난한 이와 함께 계시는 그리스도를 찾아 베들레헴으로 찾아 나서지는 않는다면, 또한 동굴 속으로 고개 숙이고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또한 그들의 습관과 전통을 벗어나서 베들레헴으로 가는 여행의 모험을 시도하려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려한다면 그는 예루살렘의 사제들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지금 동방박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별의 인도만을 믿고 베들레헴까지 모험적인 여행을 시도하였듯이, 박사들을 인도한 별은 바로 우리의 신앙의 별이다. 우리의 신앙의 별 역할을 하며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께 인도해준 모든 은인들에게 감사해야한다. 우리 각자는 어떤 신앙의 별의 인도로 신앙인이 되었다. 태중교우라면 부모님의 신앙의 별의 인도를 받은 것이고, 장성하여 입교한 분은 친척이나 친구 또는 어떤 고마운 분의 신앙의 별의 인도로 하느님의 길을 찾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을 열심히 섬기고, 우리 친척이나 이웃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또 다른 신앙의 별이 되어야겠다.

한편 우리는 우리의 신앙의 여정에서 겸손의 보자기 안에 싸여 계시는 하느님을 황금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신덕과 하느님께 대한 굳센 희망의 유향과 정의와 신의를 바탕으로 한 사회를 건설하고자 다짐하는 뜻으로 부패를 방지하는 몰약을 아기 예수님께 바쳐드리자.

지금 우리 사회는 황금만능주의, 오락숭배, 개인 이기주의적 가치관이 판을 치고 있다. 윤리 도덕의 쇠퇴, 신앙심의 속화 등으로 사회가 점점 어두워가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예수님의 공현이 절실하게 다시 필요한 때이다. 가까운 가족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알게 하고 미신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교회로 인도하는 열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아기 예수님께 바칠 수 있는 황금이요, 몰약이요, 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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