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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창세14,18-20; 1고린11,23-26; 루가9,11-17)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을 맞이하여 성체성사에 대해 그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구약은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서 모세를 통해 하느님과 맺은 계약이다. 이때 백성은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내려주신 계약을 지키겠다고 약속하고 송아지를 잡아 피를 제단에 뿌렸다. 백성들이 계명을 위반하고 죄를 지을 때마다 짐승을 잡아 피로써 속죄의 제사를 지내야 했다.

그러나 백성의 죄는 너무도 극에 달하여 이제 동물의 피만으로는 하느님의 의노를 풀어드릴 수 없게 되었다. 여기서 새 계약이 필요했다. 바로 이 새 계약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세우신 성체성사요 십자가상의 제사인 것이다.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그 아들을 희생제물로 삼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당신 아들의 피를 통해 새 계약을 체결하신 것이다.

성체성사에 관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 토마스의 학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지극히 거룩한 성체 안에 교회의 영적 전 재산이 내포되어 있다. 즉 우리의 파스카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빵이신 그리스도 자신이 그 안에 계신다.  그렇기 때문에 성체성사가 우리 신앙의 종합이요 우리 크리스찬 생활의 근원적 힘이요, 또한 표현양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거양성체 후에 “신앙의 신비여!”하고 외치는 것이다.

제2독서인 코린토 2서는 성체성사에 관한 신학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주님께서 빵을 손에 드시고 감사를 기도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시고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성체성사가 단순히 그리스도의 현존의 신비를 재생시키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즉 그리스도께서 우리 인간들을 위해 당신의 최고의 사랑을 쏟으시는 순간에 봉헌하신 생명의 신비를 재현시키는 것이다. 또한 이 행위는 일회적인 사건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그 분이 다시 오실 때까지 반복해서 행해야 한다는 그리스도의 뜻이 분명히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분의 행위를 반복해서 되풀이하는 일이 단순히 회상하는 행위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만일 그 분께 대한 기념이 오늘날에도 완전히 효과를 낼 수 있는 조건하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기념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기념(anamnesis)은 그리스도께서 행하셨던 성체성사의 효과와 동일한 효과를 현재에 재생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사제를 통해서 행해지는 성체성사는 과거의 사건이 오늘에 같은 효과를 간직한 채 재현되는 것이다. 즉 과거사건이 현재의 사건이 되며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이 과거사건과 동시대의 인물이 된다.  그러므로 이 전례예식은 주님의 구원적 행위의 단일성을 입증해준다. 그리스도 교회는 단 한번 이루어졌으나 항상 새롭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구속활동의 단일성의 이 신비를 mysterion 또는 sacramentum 이라고 부른다.

이 성사적 신비는 그리스도교 전승에 속하며 단 한번 이루어졌으나 말씀과 성사를 통해 모든 시대에 똑같이 현존하는 구원의 역사가 지니고 있는 성서적 의미를 드러내 보여준다. (Max Thurian, <<주님의 기념제인 성체성사>>)

사도 바오로가 마지막으로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라고 권면한다. 여기서 선포하라는 말마디의 시제가 현재형으로 되어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성체성사의 거행은 충만한 사랑으로 역사 전체를 뒤덮는 죽음의 신비를 선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사랑 안에서 우리를 새롭게 변모시켜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대로 하느님과 형제들을 위하여 죽기까지 온전히 자신을 봉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단지 과거에 대한 기억에 불과하고 따라서 항상 새롭고 신선한 분위기를 창조해주는 기념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이러한 신선한 생활체험을 계속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성체성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걸쳐 있으며 기억인 동시에 예언인 것이다.

오늘 복음인 루가복음은 빵을 많게 한 기적을 소개하므로써 간접적으로 성체성사를 암시하고 있다. 복음서에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께서 기적을 통해 마련하신 음식을 사도들로 하여금 군중들에게 나누어주게 하심으로써 그들의 손을 통해 기적을 행하신다. 이는 오늘날 성체성사의 거행을 사제들을 통해 이루시는 것의 전표가 된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고 하신다. 그리스도께서는 아무런 대안도 없이 불가능을 명하시지 않는다.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5,000명의 군중에게는 턱없이 모자라는 것일지라도 신덕으로 믿고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줄 때 모두 배불리 먹고도 12 광주리에 기득하게 남게 되었다. 세상의 굶주린 영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빵은 복지사업가의 손에 들려있는 밀떡이 아니라 크리스찬 봉사자의 삶으로 실현되는 생명의 빵이다.

그리스도의 선성과 사랑과 또 그분만이 주실 수 있는 보증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우리 가운데 성체성사를 재현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분의 말씀뿐이지만 사도들은 예수님의 대리자로서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제1독서의 동방의 임금들을 거슬러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아브람에게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와 복을 빌어주었던 살렘왕이나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인 신비스러운 인물 멜기세덱의 그 옛날의 행위가 성체성사를 통해 현재의 사건이 되는 것이다.

즉 멜기세덱은 영원한 사제로서 그리스도의 예표요 그가 들고 나온 떡과 포도주는 그리스도께서 장차 세우실 성체성사를 표상한다. 대사제인 살렘왕 멜기세덱은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에게 축복해 준다.

믿음의 눈으로만 성체성사의 은혜에 참여할 수 있음을 성체송가는 알려준다. “물질세계 뛰어나니 감각지식 부족하나 신덕만이 믿게 한다.” 

이와 같이 성체성사는 단순한 역사적사실의 회상이나 기념제가 아니라 신덕으로 믿는 바를 실제로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Hoc facite in meam commemorationem)고 하신 깊은 뜻은 성체성사의 신비를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하라는 뜻이다. 이웃에게 먹히우는 빵으로 제공되는 삶, 자신을 이웃에게 내어주는 삶을 그리스도처럼 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우리는 나에게 일상사에서 남은 부스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에 해당하는 삶의 언저리를 소재로 하여 축성된 삶을 살아감으로써 굶주린 영혼들에게 생명의 양식을 나눠주는 생활을 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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