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6주일(농민주일: 지혜12,13-19; 로마8,26-27; 마태13,24-43)

by 이관배 스테파노 신부 posted Oct 3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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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반에서 흔히 부딪치는 질문이, "하느님이 전능하시다면 왜 악을 허락하셨느냐?"는 질문이다. 또 "악인들이 현세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사는 것이 불공평하지 않느냐?"하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은 당신 아들을 통해 세상이라는 밭에 좋은 씨 즉 하늘나라의 자녀가 될 싹을 심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 누구나가 선의 씨앗 곧 선한 양심이 다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악은 어디서 왔는가? 하느님을 거스린 악마 곧 천사가 타락하여 하느님과 같아지려하다가 악마가 된 마귀가 악의 씨앗을 뿌려놓은 것이다. 하느님께서 악을 창조하지 않으셨고 좋은 것만 창조하셨고 피조물에게 주신 최대의 선물인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한 천사가 타락하여 악마가 되었고 그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하여 악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악에 대한 책임은 하느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한 인간의 책임이다. 그러면 "왜 자유의지를 허용하여 악을 범할 위험에 인간을 방치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점에대해서는 좀더 깊이 하느님의 심오한 뜻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만일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이 철저한 운명론에 의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태로 인간은 무조건 하느님을 공경하고 선행을 할 수 밖에 없고 악을 행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로 만들어졌다면 그 선행의 공과를 따질 필요도 없고 그러한 선행에 상을 줄 필요도 없다. 선이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악을 선택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을 택한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의 갸륵한 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천상상급은 선을 택한데 대한 포상인 것이다. 또 에덴에서의 아담과 하와가 원죄이전의 행복보다 원죄이후 아담의 후손인 우리가 세례성사를 통해 더 큰 행복에 도달하게 되는 것도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이다. 아담의 원죄 탓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 세상에 오셨고 성자 그리스도를 통해 세례성사로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게 되었다. 에덴에서 아담이 누리지 못했던 하느님의 자녀의 신분으로 격상된 것도 하느님의 아드님이 세상에 오심으로 인한 결과이다. 그래서 "오 복된 탓이여!" 하고 부활찬송에서 외치는 것이다. 그러면 이 악은 언제까지 하느님께서 허용하시고 그 악의 장본인 악마는 언제까지 기승을 부릴 것인가? 성급한 마음같아서는 한참 자라고 있는 선의 싹 밀밭에 들어가 가라지를 즉시 뽑아버리고 싶지만 하느님의 뜻은 그렇지 않다. "아서라, 가라지를 뽑다가 밀까지 뽑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추수때까지 내버려두어라." 하신다. 여기서 생각해야할 것은 밀과 가라지의 변형가능성이다. 농사일과 조금 다른 것은 영혼농사에서는 자유의지라는 비료 덕분에 가라지가 밀로 변화될 수도 있고 밀이 가라지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의 좋은 밀이 오늘 가라지로 타락할 수도 있고 오늘의 가라지가 내일 좋은 밀로 변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성급하게 단죄하기 쉬운 우리 인간의 마음과는 달리 하느님은 참을성있게 기다리시며 악인이 뉘우치고 선인으로 돌아서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성 바오로는 "지금은 자비의 때요, 은혜를 입을 만한 때다."고 하신다. 세말에 추수때까지 하느님은 너그러우시어 회개하고 돌아서기만 하면 용서하실 준비가 되어 있다. 아니 기다리고 계신다. 성령께서는 바로 이 때문에 악에 기울기쉬운 우리를 대신하여 말로 다 할 수 없을만큼 깊이 탄식하시며 하느님께 간구해주십니다. 그리하여 "인간이 연약하여 죄를 지었어도 회개할 기회를 주시어 당신 자녀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신다."(지혜12,19) 선인 악인의 최종적인 판결은 추수때에 즉 세말에 가서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그때에는 심판의 때요, 이미 자비의 때는 끝이 날 것이다. "그날이 오면 사람의 아들이 자기 천사들을 보낼 터인데 그들은 남을 죄짓게 하는 자들과 악행을 일삼는 자들을 모조리 자기 나라에서 추려내어 불구덩이에 처넣을 것이다. 그러면 거기에서 그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그때에 의인들은 그들의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추수때가 언제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항상 깨어 있어야하며 하늘나라는 현세에서 보기에는 겨자씨와 같이 작아 보이고 누룩처럼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그 위력은 공중의 새들이 깃들일만큼 큰 나무가 될 것이고 밀가루 서말 즉 온세상을 부풀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오늘은 농민주일이다. 농산물 수입개방압력으로 인해 우리농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우리농민을 보호하고 농약공해의 위험성이 큰 외국산농산물을 단지 싸다는 이유로 마구 사들이는 것은 국민건강과 국가장래를 위해서도 우려되는 것이다. 오늘 농민주일을 맞아 농촌이 살아나갈 수 있는 지혜로운 길을 주님께서 안배해주시도록 기도합시다. 복음나누기주제 오늘복음에서 주님은 밀과 가라지 비유를 통해 이웃에 대한 관용을 권면하십니다. 우리는 부족한 이웃을 성급하게 공동체에서 제외시키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는지 성찰하고 내가 성급하게 단죄하였던 이웃이 개과천선한 사례가 있었다면 나눕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