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주 성시간(금; 10월 20일: 에페 1,11-14)

by 이관배 스테파노 신부 posted Oct 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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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낭만에 젖어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에도 서글픔을 느끼고 감상에 젖겠지만,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하느님의 섭리에 대해 보다 깊이 묵상할 수 있는 좋은 계절이다. 오늘 독서내용은 이런 점에서 우리신자들과 우리민족에게 더없이 적절한 말씀이라 생각된다. "모든 것을 뜻하신 대로 이루시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계획을 따라 우리를 미리 정하시고 택하셔서 그리스도를 믿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맨 먼저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할 수밖에 없습니다."(에페 1,11-12) 과연 그렇다. 우리민족이 하느님을 처음 알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보면 실로 기묘하다. 남인학파의 유학자들이 유학에 한계를 느끼고 참된 진리의 길이 없을까 하고 찾고 잇던 중 천주교교리서를 발견하고 이를 탐독하면서 천주교에 참 진리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승훈이 당시 북경사절로 파견되어 가던 그의 아버지를 따라 가서 서양선교사에게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청하여 베드로라는 본명으로 세례를 받고 돌아와서 함께 진리를 탐구하던 강학회원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그중 스승격이던 광암 이벽성조에게 세례자 요한이라는 본명으로 세례를 베풀고 강학회를 시작한 것이 한국천주교회의 시작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교회가 당대 내노라는 유학자들에 의해 선교사 없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시작된 교회라는 점에서 세계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하느님의 기묘한 섭리가 계셨던 것이다. 1801년 주문모 신부님이 순교하시자 10년동안 목자없이 지내며 애타게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기다리던 신자들은 마침내 북경주교님께와 교황청에 편지를 보내는데 이 주동역활을 수행한 분이 조동섬 유스티노와 한 토마스라는 분이다. 권 요한이라는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가 얼마나 곡진한 내용인지 읽을 때마다 감동을 준다. "저희들의 죄가 크기 이를데 없어 주님의 은총을 잃었사오니,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오며, 저희들의 죄로 인하여 우리 영신의 아버지를 죽음의 길로 보냈나이다.....그러하오나 저희들의 죄가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하느님의 자비하심은 무한히 더 크시옵니다. 바라옵건데 주님께서는 당신 공의의 매를 멈추시고, 저희들을 더 용납하시어 저희들의 회개를 기다려 주셨으면! 눈물과 통곡을 걷잡지 못하옵고 주야로 하느님께 청하는 것이 이것이옵니다. 저희가 이내 죽음을 당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은 오직 미사성제에 참여하고, 저희 죄를 고백하는 행복을 누리기를 위해서이오나, 그런 다음 곧 죽는다 하더라도 저희들은 만족하고 기뻐하겠나이다..... 이제 저희들은 재능 있는 분들을 모시지 못하고 오직 순박하고 우둔한 자들 밖에는 없나이다. 일을 처리할만한 사람을 만난다 하여도 저희들의 집은 텅 비었고, 저희들 주머니에는 돈이 없고 어디에다 손을 내밀어야 할는지 모르오니 울고 신음하고 탄식하는 것밖에는 또 무엇을 할 수 있겠나이까? 저희들이 10년 전부터 북경에 아무도 보내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었나이다. 저희들은 헛되이 머리를 쳐들고 발을 돋우고, 헛되이 북쪽을 우러러 보면서 울며 탄식을 하였나이다. ... 성사를 받을 길이 전혀 없는 저희들이어서 임종시에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유감그러운 일이옵니다. 전대사가 붙어 잇는 성물을 가질 수가 있다면, 저희들이 용기를 북돋아 주고 저희들의 신망애 삼덕을 굳게 하는데 도움이 되겠나이다." 교황성하께 올린 편지는 더욱 곡진하다. "저희들 죄인이 교황성하의 도우심 받기를 얼마나 진실히, 얼마나 열절히 원하는지 형언할 수가 없나이다. 그러하오나 저희나라는 원래 소국이며 대양 한 구석에 멀리 떨어져 있어, 성하의 교훈과 명령을 저희에게 전할 수 있는 배와 수레가 오지 못하오니, 이러한 결핍의 원인이 저희들의 열심치 못함과 죄많음에 있지 않고 어디에 있겠나이까. 그러므로 저희들은 지금 지극한 두려움과 진실한 통회로 가슴을 치며, 일찍이 자상에 강생하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의인들보다 오히려 죄인들을 더 걱정해 주시는 크신 천주와, 또한 천주를 대리하시고 모든 사람을 보살피시며 진실로 죄인들을 구해 주시는 성하께 지극히 겸손되이 비옵나이다. ...저희들은 성세와 고백의 은혜를 받을 길이 없사오며, 예수 그리스도의 지극히 거룩하신 미사성제에 참여하지 못하나이다. 저희들의 원은 크옵지마는, 언제쯤이나 그것이 충족되어 지겠나이까. 저희들의 눈물과 탄식과 고뇌는 하찮은 것이오나, 성하의 자비는 끝이 없고 한이 없는 줄로 생각하오며 따라서 목자를 잃은 이 나라의 양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할 수 있는대로 빨리 선교사를 보내사 구세주 에수의 은혜와 공로가 전파되고 저희들의 영혼이 도움과 구원을 받고 천주의 거룩하신 이름이 어디서나 항상 찬양되게 하실 줄로 생각하나이다..... 성하께서는 저희들이 위험이 닥쳐옴을 보고 울부짖는 이 온당치 못한 부르짖음과 두서 없는 말씀으로 횡설수설하옴을 용서하여 주시옵도록 간절히 바라나이다. 물이나 불속에 뛰어든 사람 모양으로 저희들은 이미 자제력을 잃었사옵고, 정신이 빠져버렸나이다. ... 저희 순교자들의 공로를 의지하여 저희들은 천만 줄기 피눈물로 영신적 구원을 하루 빨리 받기를 바라나이다." 이 편지를 받으신 교황은 이들을 도와줄 수 없는 처지를 생각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 괴로워 다만 천주께 기도할 뿐이었다. 하느님의 섭리는 이러한 혹독한 박해와 암울한 신앙조건속에서도 한국교회를 무럭무럭 키워나가셨다. 그 편지를 받은 후 20년이 자나서야 사양선교사가 처음으로 오게 되었던 것이다. 100년의 기나긴 박해를 통해 다져진 한국교회는 후반 200년동안 몽우리가 피어나고 꽃이 활짝 피어 이제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이는 하느님이 다 뜻이 있으시어 예비하신 것이라 할 수 있다. 6대주 중에 아시아가 가장 전교율이 낮다. 유럽 남미 호주는 90%이상 가톨릭 신자들이다. 북미 대륙은 40% 정도 아프리카 역시 40%이상이 가톨릭 신자들이다. 아시아는 겨우 2%신자밖에 안된다. 아시아대륙은 가장 광활하고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임에도 복음화가 가장 늦다. 하느님은 이 지역의 선교사명을 우리나라에 맡기시려고 200년전부터 예비하셨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동북이사아 지역은 아시아의 중심이고 인구로나 영토로 보나 중심이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한국의 인구를 합치면 전세계인구의 1/3에 해당한다. 인도까지 합치면 세계인구의 근 절반에 육박한다. 이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하느님은 한국을 교두보로 삼으셨다. 그래서 주님은 이땅의 주보를 당신 모친 원죄없으신 마리아로 정해주시고 예비시키셨다. 선교사를 파견하려면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선진국대열에 끼어야 한다. 그래서 성모님은 이미 50년전에 "너희나라가 지금은 보잘것없지만 장차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과연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88년도에 올림픽을 치뤘고 교황님이 두번 다녀가셨고 최근에 김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탔고 지금 아시아 유럽 14개 정상들이 서울에 모여 ASEM회담을 하고 있다. 하느님이 우리나라를 당신의 도구로 쓰시고자 준비하시는 것이 분명하다. 어제 라디오에서 미국인으로서 한국에 와서 20년동안 살면서 한국이 좋아 한국여자와 결혼하고 한국에서 국제 변호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한국이 무섭다"라는 책을 써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사람의 이론에 의하면 미국이 40년을 주기로하여 위기가 닥쳤는데 1905년에 1차세계대전으로 큰 타격을 입엇고 40년후인 1945년에 2차대전으로 타격을 입었고 1985년에 일본경제가 미국시장을 잠식해들어와서 미국이 불황을 겪으면서 큰 타격을 입었는데 그 40년후인 2025년에는 한국경제가 미국경제를 압박하는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한국이 그렇게 무서운 것은 한국산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생산품이 질이 좋고 세계인들의 호평을 받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산업에 한국이 강점을 지니고 있고 컴퓨터 산업에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어 첨단산업에 주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한국이 "빨리빨리" 문화가 낳은 병폐로 과거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과 성수대교붕괴 대구지하철 폭파사건등의 수치스러운 일면도 있었으나 그러나 이 "빨리 빨리" 문화가 갖는 장점도 있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항상 앞서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앞으로는 스피드시대이므로 시간경쟁시대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을 무서운 경쟁상대로 미국이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사람의 이론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느냐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어쨌든 하느님이 한국을 크게 쓰시려고 준비하신다면 경제적으로도 남의 꼬리가 되지 않도록 하실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들 세계이목의 집중이 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 우리가 잘나고 똑똑해서인가는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유명한 것 중에 수치스러운 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낙태천국, 교통사고 1위, 대기오염 세계1위, 교통체증 1위... 그러면 우리는 겸손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하고 마치 우리가 잘나서 그런 영광을 받는것으로 착각할 때 그것은 마치 예수님을 등에 태우고 에루살렙 입성할 때 환영하는 인파의 환영을 마치 자기를 환영하는 줄로 착각하는 당나귀와 같은 꼴이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고난을 받아오면서도 끈질기게 반만년을 독립국가로 존속해온 역사상 보기 드문 나라가 한국이다. 이나라를 하느님은 시련의 용광로속에 은근과 끈기로 단련시키시고 먼먼 훗날의 동북아시아의 전교의 교두보로 쓰시려고 예비하셨다. 우리는 이미 어떤 환난이 와도 참아낼 수 있는 은근과 끈기를 조상들로부터 배워 익혀왔다. 우리 선조 애국선열들처럼 독립을 쟁취할 때까지 끊임없이 식지 않고 계속 되어온 구국의 열정은 우리의 꽃 무궁화가 상징하듯이 하나가 지면 또 다른 하나가 피고 옆에서 다시 꽃몽오리를 미리 준비하고 있으면서 계속해서 피어선 지고 다시 피고지는 항구한 민족성으로 길들여 왔다. 이 또한 하느님의 섭리였다. 과거역사를 불행한 역사로 볼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당신의 도구로 쓰시기 위해 길들여 오셨다고 섭리로 받아들이자. 다만 우리가 지금 유념해야할 것은 하느님 앞에 겸손되이 "비천한 여종의 신세를 돌보셨음이로다."하시던 성모님의 마니피깟의 정신으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유다인들이 본래부터 탁월한 민족이 아니었으며 그들이 선민의식으로 우월감을 가졌을 때 하느님을 멀리하였고 그로 인해 보속을 톡톡히 치렀음을 성서를 통해 볼 수 있다. 그와같이 우리도 우리민족이 뛰어난 민족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역사를 통해 준비해오셨고 우리를 단련시키셨음을 인정하고 우리의 부정적인 결점은 겸허하게 인정하고 고쳐나가도록 노력하며 좋은 점은 하느님께 감사하며 모든 영광은 하느님께 돌려야 할 것이다. 하느님이 우리나라에 눈에 보이게 은총을 베푸신다. 지금 당장 교회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성급하게 실망하지 말고 하느님은 우리의 순박한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신다. 반대가 오래 가는 데에는 그만한 하느님의 섭리도 있을 것이다. 대기만성이라고 했으니 하느님께서 큰 그릇을 준비하시기 위해 뜸을 들이신다고 위안을 삼아도 될 것이다. 외교인 나라이고 교회역사가 아직 짧기 때문에 전세계가 부러워할 은혜도 이를 인식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다. 남북의 평화통일, 공산주의자들의 회개, 외교인들의 귀화은혜, 갈라진 형제들의 모교회로의 귀화, 죄인들의 회개, 성직자 수도자들의 성화, 낙태죄의 배상 등 은혜가 큰 만큼 시간도 더딜 것은 당연하다. 앞의 순교자가 주교님과 교황님께 보낸 글에서와 같이 실망하지 말고 끝까지 하느님께서 감동되시어 "너희의 믿음이 실로 장하자!"고 감탄하실 때까지 기도하며 부르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