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대)축일 강론
2020.04.11 16:57

발타사르 강론집 (가해) 부활 성야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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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성야미사

(창세 22,1-18; 탈출 14,15-15,1; 마태 28,1-10)

 

1.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말씀도 멈춰버렸고, 아들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심장이 여러 개의 칼날에 꽂혀있는 듯한 고통을 겪고 있는 마리아의 침묵 곁에서 교회도 주님의 무덤을 지키며 침묵한다. 살아 꿈틀거리는 신앙과 생생한 희망은 하느님 뒤에 숨어있다(hinterlegen). 알렐루야를 노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며 밤새 기도하는 교회는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길고긴 구원역사의 장면들을 하나하나 추억한다. 세상창조 이래로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된 땅으로 인도하는 동안에 벌어졌던 일곱 가지 사건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눈에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하느님의 구원의지는 특히 그들이 겪은 가장 힘든 사건에서 잘 드러난다. 아브라함의 제사, 갈라진 홍해, 바빌론 유배지로부터의 귀환 등등. 교회는 이런 사건들을 전부 은총의 사건으로 이해한다. 또한 이사악을 희생 제물로 바치는 사건은 아브라함의 믿음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고 하느님의 약속을 담보한다. 바다가 갈라졌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구원을 의미하며 동시에 원수에 대한 승리를 보장한다. 원수의 땅에서의 길고긴 유배도 하느님께 가기 위해서는 길고긴 정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 교회는 제2독서를 통해서 세례성사는 곧 예수님과 함께 죽음으로써 그가 이룩한 영원한 구원에 진입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는 것이요, 죄와 죽음이 없는 새로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전례의식도 이런 기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오로지 죄로 물든 낡은 인간을 그리스도와 함께 못 박고”, 그럼으로써 그와 함께 죽고 묻히는 것만이 이룩할 수 있는 기적인 것이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세례를 받는 이에게 주시는 선물이요, 그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 동안에 그 선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은총이 된다. 이 두 가지는 보이지 않게 서로 얽혀있으며, 그가 그리스도 안에서 받은 선물이 신앙생활 속에서 실현되도록, 즉 그가 그리스도를 닮고 그리스도가 행한 바를 따라하도록 도와준다. 성금요일에서 부활에 이르는 이 침묵의 기간 동안에 우리가 할 일은 다음 두 가지가 하나가 되도록 하는 일이다. 즉 세례 때 받은 최상의 선물을 즐기고 세례 때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일이다. 그리되면 그 둘은 부활성야예식을 치를 때 응당 쇄신될 것이다.

 

 

3. 지금으로서는 무덤을 찾은 거룩한 여인들만이 천사들의 전갈을 들을 수 있다. 천사는 여인들을 예수님이 누워있던 자리를 와서 보라고 초대한다.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그분은 더 이상 눈으로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으며 시공 상에서 확인할 길이 없다. 이럴 때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어제 죽은 자리를 이렇게도 말끔하게 비워놓을수는 없다. 신적 권능으로 인간역사에 뚫고 들어오신 분을 이제는 더 이상 그 안에서 찾을 길이 없다.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밀봉된 인간역사 안에서 그분은 출입구를 깨부수어 더 이상 닫히는 일이 없도록 하신 것이다. 물샐틈없이 무덤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도 이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경비병들이 많을수록 그 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주님이 누워계셨던 빈자리가 여인들에게 선물한 것은 사도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는 기쁨이었다. 이 기쁨은 주님께서 그들에게 몸소 발현하시어 새로운 사명을 주실 때 배가될 것이다.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갈릴래아는 어디인가? 예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기 전에 사도들이 일상을 시작했던 곳이 아니던가? 이제는 그곳이 새로운 생명의 진원지가 된다. 평범한 곳에서 비범하고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역자 김관희 마르첼리노 신부 S.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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