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대)축일 강론
2020.05.30 19:10

발타사르 강론집 (가해) 성령강림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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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강림 대축일

(사도 2,1-11; 1코린 12,3-7.12-13; 요한 20,19-23)

 

1. 사도행전이 전하는(제1독서) 성령 강림 사건 때 교회에 내려온 그 성령이 곧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요 동시에 성부 하느님의 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서 성령은 성부와 성자 사이에 서로 공통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온전히 서로 안에 머물게 하는(Ineinandersein) 사랑의 영이며, 하느님 세 번째 위격을 가능하게 하는 사랑의 영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다면, 성령 강림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피조물 세계에서 어렴풋하게나마 이 삼위일체의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남녀 간의 혼인을 통한 사랑이 스스로를 넘어서서 한 아이라는 결실을 맺는 일이다. 각 가정의 아기는 부모의 사랑이 완성되었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그 아기는 부모의 “한 몸”인 것이다.

오순절에 성령께서 거센 바람으로 교회 전체를 가득 채우시고 각 사람 위에 불꽃 모양의 혀들을 보내신 것은 성부와 성자가 교회에 주신 성령의 풍요로움을 증명하는 것이다. 신적 풍요로움의 성령 안에서 교회는 향후 풍요로워질 터인데, 그것은 사도들이 성령으로 가득 차서 다른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을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지방 말로 알아듣는 기적 안에서 즉시 증명된다. 이 사건은 인간의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준 바벨탑 사건의 정확한 반전이다. 하느님의 영역을 넘보며 모든 인종을 아우르는 거대한 하나의 나라를 세우려고 했던 인간의 오만방자함이 세운 탑이 인간의 언어를 갈라놓아 결국 그들을 온 땅으로 뿔뿔이 흩어버리게 만든 사건 말이다. “보라, 저들은 한 겨레이고 모두 같은 말을 쓰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하려고 하는 일의 시작일 뿐이다.”(창세 11,6) 그러나 이제는 교회의 유일한 언어가 저마다 “하느님의 위업을 찬양하고” 있고, 하느님의 권능으로 모든 사람들이 이를 알아듣고 있다. 여기서 유일한 언어란 여러 언어 중의 하나라는 뜻이 아니고, 하느님의 언어만이 우뚝 솟는다는 뜻이며, 이는 곧 하느님의 말씀과 진리는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종교를 능가한다는 의미이다.

 

2. 이것을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제2독서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선사하시는 은총과 은사, 직분의 다양성은 사실 그분의 단일성에서 유래하는 것이며, 그 단일성을 향하고 있다. 이는 진보하는 세상의 역사를 작위적으로 일치시키려고 하는 인간들의 다양한 문화 활동과는 다른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작위적 일치는 각각의 고유성을 지키고자 할 때 즉시 무위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일치란 오히려 성부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과 성령 안에서 이루시는 일치를 말한다. 즉 각각의 위격이 충만한 일치에 머무는 동안, 이미 주어진 것으로서 그 내적 고유성의 완벽한 실현을 만끽하는 그런 일치 말이다. 이것은 내적 활력 덕분에 여러 지체를 가지면서도 한 몸을 이루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몸이란 성령에 의해서 형성된 영적인 몸과 인간이 되어 오신 아드님께 속하는 육적인 몸 모두를 뜻한다. 이 두 가지는 갈라질 수 없다. “우리는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교회 안에서는 내적이고 영적인 삶과 외적 구조는 서로 다를 수 없다.

 

 

3. 결국 오늘 복음은 이 일치의 근원을 말하고 있다. 성자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만으로 인간이 된 것이 아니다. 그는 성령에 의해서 동정녀의 태중에 수태되었기에 처음부터 마리아로부터 참된 인간본성을 물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십자가에서 죽을 때까지 성령의 동반자가 된다. 순명으로 모든 사명을 완수한 바로 그 자리에서, 곧 마지막 순간에 성자는 숨(영)을 내쉰다. 성부로부터 부활한 성자는 이 영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된다. 그분은 아버지와의 일치의 성령을 교회에 내려 보낸다. 말하자면 오늘 복음에서 성령은 다락방에 숨어있던 제자들 위에 죄의 사함과 함께 소리 없이 내리지만, 오순절에 성령은 거센 바람과 불혀의 모양으로 눈과 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여러 군중들 위로 내린다. 왜냐하면 교회는 이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곧 교회는 드러나게도, 또한 드러나지 않게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자 김관희 마르첼리노 신부 S.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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