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성모 신심미사(화해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 2고린 5,17-21; 요한 19,25-27)

 

 

오늘은 사순절에 맞는 첫 토요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순절은 계절상으로도 신앙적 의미와 잘 부합된다. 겨울이 끝나가는 시기이며, 봄이 시작되려는 길목에 봄이 움트는 시기요, 아직 겨울나무가지는 죽은 듯 앙상하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새순이 머리를 숨기고 이제 곧 움틀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시기요, 산천초목이 새봄맞이에 설레이며 새순을 틔우기에 부산한 절기이다.

인생의 절기로도 인간의 연약성 때문에 허물로 누벼놓은 지난 날을 돌아보며 하느님을 등졌고 하느님 말씀에 충실하지 못했던 과거는 곧 영신적으로 겨울철이요, 죽은 듯 앙상한 가지처럼 혹한과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철이었지만 이제 죄에 죽고 새 생명의 부활의 밀씨를 싹틔우는 시기가 바로 이 사순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 제1독서의 고린토2서 말씀처럼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하느님께 지은 죄로 인하여 하느님과 불목하게 된 것을 화해하기 위해 그리스도를 내세워 화목제물로 삼으셨다. 즉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죄를 모르는 그 분을 죄 있는 사람처럼 여기셨고 우리는 그래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무죄선언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 화목제물이신 그리스도를 낳아주신 어머니 마리아도 역시 하느님과 인류의 화해의 어머니가 되신다.

사순절은 바로 이 화해의 제물이 되신 그리스도께서 수난하시고 죽으심을 묵상하는 시기요 그 어머니 마리아의 통고를 묵상하는 시기이니 우리도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고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이 수난에 동참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순시기는 단순히 고통과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승리인 부활을 준비한다는 목표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순시기는 부활을 준비하는 시기로, 은총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단식하시며 사탄과의 영신전쟁을 치르셨듯이, 우리도 삼구(三仇: 세속, 마귀, 육신)와의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금욕, 재계, 보속의 생활과 무엇보다도 기도에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할 시기이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을 통해 당신 수난을 예고하신다.

인생에 시련을 당할 때일수록 그리스도의 십자가신비가 더욱 깊이 마음에 사무치고 위안을 주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의 신비이다. 복음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생애를 깊숙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복음서 속에 생동하시는 그리스도께서 나를 응시하시면서 주시는 대답이 “너는 이 세상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죽으러 왔다”는 강한 메시지이다. 죽음은 그 분의 목표였고 아버지께로부터 파견되어 오신 목적도 바로 우리 인류를 대신해서 죽으러 오신 것이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그 분의 말씀은 당신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해 주셨다. 우리 삶 속에 사순시기가 없이는 부활시기도 없을 것이다. 십자가는 부활의 전제조건이요, 가시관은 찬란한 빛을 준비하는 서막인 것이다.

결국 인생에는 두 가지 철학이 있을 뿐이다.

첫째 철학은 우선 먹고 마시며 축제를 즐기다가 끝나는 삶이요,

두번째 철학은 먼저 단식을 하고 고행을 하다가 나중에 잔치의 기쁨을 맛보는 삶의 철학이다.

희생을 통해 나중에 얻게 된 기쁨이야말로 언제나 비할 데 없이 감미롭고 더 없이 오래 남는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환희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패배로 시작한다. 정신적 희열로 시작하는 환희의 종교들은 흔히 환멸과 실망으로 끝난다.

그리스도의 생애에서 십자가를 제외시켜버린다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으며 그리스도교도 없어져 버릴 것이다. 십자가는 우리의 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인생의 무대에 있어서 우리의 대역(代役)을 해주셨다.

그리스도는 자신이 죄인인양 우리의 죄를 대신 떠맡으시어 죄로 인해 우리가 마땅히 갚아야 할 죽음이라는 빚을 갚아주셨다. 이로써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인들은 '죄'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죄를 인정하려 하지도 않는다. 죄불감증이 현대인들의 특징이라 한다면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경고한 바와같이 죄를 부정하면 용서를 받을 길이 막힌다는 사실이다.

광야에서 그리스도를 세 번이나 유혹하던 사탄은 다음 기회를 노리며 예수님 곁을 떠나갔다. 그 다음 기회란 오늘날 우리들의 신자생활을 의미하며, 우리의 신앙생활 중에 잠시라도 방심하는 중에 사탄은 그 옛날 광야에서 패배한 것을 설욕하고자 우리의 허점을 노리고 있으며 주님께 빼앗긴 우리 영혼을 자기들의 손아귀에 다시 넣고자 안깐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우리의 신앙생활은 영신전쟁이요, 삼구전쟁이다.

우리 앞에는 개인적인 십자가도 있고 가정적인 십자가도 있고 사회적, 국가적인 십자가도 놓여 있다. 가정 안에는 미운 사람, 애물단지들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신앙 안에서 이들을 다름아닌 하느님께서 나에게 보내신 천사요, 보물단지로 생각하자.

하느님은 그들로 인한 십자가를 통해 우리를 성화시키고 우리로 하여금 공로 쌓을 기회를 주시고자 하신다.

국가적으로 우리는 남북분단의 민족적 십자가를 지고 있다. 민족이 모두 하나가 되어 하느님께로 회두하고 민족의 통일은 오로지 하느님의 기적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고백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민족이 이를 기화로 신앙으로 하나가 되어 하느님을 공경하게 된다면 남북분단의 십자가는 민족적인 회두의 축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십자가는 보배다. 십자가를 사랑하자. 십자가의 신비는 예수성심 사랑 안에 감추어져 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느님과 인류, 인류 상호간의 화해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즉 십자가의 세로대는 하느님과 인류의 수직적인 관계에서의 불목을 화해하는 의미를 담고 있고 가로대는 인간 상호간의 수평적 관계에서의 불목을 화해하는 뜻을 지니고 있다.

십자가의 증인으로서 마리아와 우리를 대표해서 요한사도가 서 계신다. 성모님은 우리 현실의 십자가의 현자에서 늘 위로와 격려를 주시고 계신다. 마치 당신 아드님의 골고타 십자가의 현장에서 예수님의 수난에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셨듯이. 오늘 화해의 어머니인 마리아께 죄로 인해 하느님과 불목한 우리를 위해 빌어주시도록 청하고 이웃과의 불목도 한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일치와 화목을 위해 전달해주시도록 간구하자. 우리는 어머니의 만또 아래 모일 때 비로소 일치가 가능하고 화목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화해의 어머니께 우리의 도움이 되시도록 간구하며 어머니와 함께 파스카를 향한 승리의 행군을 시작하자.

 

Who's Stephanus

profil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2219 주일, (대)축일 강론 2023년 12월 17일 대림 제 3주일 (자선주일) 운영자 2023.12.17
2218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16일 대림 제 2주간 토요일 운영자 2023.12.16
2217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15일 대림 제 2주간 금요일 운영자 2023.12.15
2216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14일 십자가의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운영자 2023.12.14
2215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13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운영자 2023.12.13
2214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12일 대림 제 2주간 화요일 운영자 2023.12.12
2213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11일 대림 제 2주간 월요일 운영자 2023.12.11
2212 주일, (대)축일 강론 2023년 12월 10일 대림 제 2주일 운영자 2023.12.10
2211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9일 대림 제 1주간 토요일 운영자 2023.12.09
2210 주일, (대)축일 강론 2023년 12월 8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도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운영자 2023.12.08
2209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7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기념일 운영자 2023.12.07
2208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6일 대림 제 1주간 수요일 운영자 2023.12.06
2207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5일 대림 제 1주간 화요일 운영자 2023.12.05
2206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4일 대림 제 1주간 월요일 운영자 2023.12.04
2205 주일, (대)축일 강론 2023년 12월 3일 대림 제 1주일 운영자 2023.12.03
2204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2일 성모신심 미사 운영자 2023.12.02
2203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2월 1일 연중 제 34주간 금요일 운영자 2023.12.01
2202 주일, (대)축일 강론 2023년 11월 30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운영자 2023.11.30
2201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1월 29일 연중 제 34주간 수요일 운영자 2023.11.29
2200 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3년 11월 28일 연중 제 34주간 화요일 운영자 2023.11.2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6 Next
/ 11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