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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봉헌 축일(축성생활의 날; 봉헌생활의 날: 22: 말라 3,1-4; 루가 2,22-40)

 

 

오늘은 주님의 봉헌 축일이다. 예수성탄이 지나 40일만에 마리아와 요셉은 아들 예수님을 율법규정에 따라 성전에 봉헌하셨다. 이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맏이로 난 것은 모두 하느님의 것으로 성별되어 하느님께 당연히 봉헌하였던 율법규정에 연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날은 또한 성모 마리아의 정결예식을 치루는 날이라는 뜻에서 성모 취결례(取潔禮)라고도 한다. 그런데 예수님이나 성모님이나 죄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분들이기에 정결예식이 필요없는 분들이지만, 율법규정에 따라 성전에 봉헌되시고 취결례를 받으셨다. 또 그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장성하여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청해 받기까지 하셨다. 세례의 의미는 원죄와 본죄의 용서를 받는다는 뜻인데 예수님은 사실상 원본죄가 전혀 없는 분이기에 세례를 받을 필요조차 없는 분이요, 그뿐만 아니라 당신 스스로 세례성사를 세우신 분이 아닌가?

여기서 예수님과 성모님의 겸손한 표양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만난 시메온 예언자와 안나 예언자는 예수님을 만민의 빛으로 증언하고 찬양한다.

“이교백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시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되시는 구원이십니다.”고 환호하며, “이제는 주의 종을 평안히 떠나가게 해 주십시오” 하고 시메온 예언자는 기쁨에 찬 환호성을 올린다. 주님은 만민의 빛으로 오시고 어둠 속에 헤매는 백성을 비추실 것이다. 그러나 어둠의 세력은 이 분을 반대할 것이요 주님은 이 때문에 반대받는 표적이 될 것이다.

오늘 교회는 촛불행렬을 하며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환영하고 1년 동안 사용할 초를 축성한다. 빛의 행렬을 행함은 천상 행복의 나라를 향해 순례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가 이웃과 함께 그리스도의 등불을 들고 때로 시련과 고통을 당할 때 함께 서로 서로 격려하며 빛을 밝혀주면서 힘을 얻고 용기를 얻어 목적지인 하느님나라까지 이르도록 함께 행진하여가자는 의표가 담겨있다.

또한 제대위에 타고 있는 초처럼 자신을 불태워 이웃을 밝혀주고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랑과 진리를 심기 위해 살신성인하려는 삶의 결심을 봉헌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오늘은 보다 철저한 봉헌생활을 실천하는 수도자들의 날이기도 하다. 수도자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적 욕구인 정욕과 재물에 대한 소유욕과 자기 뜻을 펼쳐보려는 의지를 그리스도처럼 십자가에 못 박고 정결과 청빈과 순명의 복음삼덕을 서원하고 하느님 때문에 하느님만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 아직 가보지 못해 알 수 없는 하느님 나라가 참으로 있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수도자들이 독신으로 가진 것 없이 살면서도 기쁘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바로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가 있다는 증표가 아니겠는가?

'그리스도를 닮는 삶' 그 길은 오늘 시메온 예언자의 예언처럼 세상의 '반대받는 표적'이 되는 삶이 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그리스도의 어머니처럼 고통을 감수하는 삶이 될 수도 있다. 즉 예수님 곁에서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라는 당신성심에 이 한 칼날이 꽂히는 고통을 받게 되신 성모님과 같은 고통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 전례에서 시므온과 안나 예언자는 낳으신지 40일 만에 성전에서 봉헌되신 온 세상의 빛이신 메시아를 만나뵙고 일생동안 오매불망 기다려오던 바로 그분을 만난 기쁨에 감격에 젖는다. 그분은 제1독서에 말씀하듯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특사'요, 하느님의 행차길을 닦을 분'으로 '대장간의 불길같이 빨래터의 잿물같이 풀무질하여 은에서 쇠똥을 걸러 내듯, 온 인류를 깨끗하게 정화하실 분'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세상의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세상은 알아보지 못하고 푸대접하고 '반대받는 표적'으로 삼았다. 어머니 마리아는 이로 인해 당신 성심에 이 한 칼날이 박히는 고통을 겪으셔야 했다.

한편, 시므온과 안나는 메시아를 애타게 기다려야하는 우리 모든 신앙인의 자세를 표상한다. '의롭고 경건하게 살면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려온 시므온에게 성령께서는 메시아를 볼 수 있게 되리라는 약속을 실현시켜주셨고, 한평생을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낮없이 단식과 기도로써 하느님을 섬겨왔던 안나도 메시아를 만나 뵈옵는 축복을 누리게 해 주셨다.

늘 깨어 기도하며 주님 뵙기를 애타하는 모든 영혼들에게도 하느님께서는 장차 세상의 빛이신 주님을 뵙는 감격을 틀림없이 허락하실 것이다.

또한 여러분의 가정이 성가정이 될 때 여러분의 가정이 수도성소의 못자리가 되어 주님과 같이 봉헌된 삶을 사는 수도자를 싹틔우는 온상이 되도록 노력하자. 수도자들은 예수님의 약속처럼 나를 위하여 부모나 형제나 자녀나 집이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100배의 상급을 받을 것이며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또한 자녀를 수도성소로 바친 부모님이 받을 상급은, 이 세상 그 어떤 귀한 선물을 주님께 봉헌한 사람보다 더 큰 상급을 장차 주님께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자녀보다 더 큰 예물이 어디 있겠는가? 예물이 크기에 그에 대한 상급도 클 것은 당연하다.

 

 

봉헌생활(vita consacrata)을 축성생활이라고도 한다. 인간 편에서는 봉헌이요 하느님은 인간의 봉헌에 대한 응답으로 축성해주시는 것이다. 축성은 세상과 구별하여 따로 떼어 놓고 거룩하게 축복해주시는 것이다.(聖別)

수도자들은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유한진 작가의 개종기에 그가 로마성지순례하다가 우연히 버스 안에서 만난 프란치스코 수도자의 눈망울을 바라보는 순간 세상에서 보지 못했던 성스러움과 신비를 체험하고 개종하였다고 감격해 하였다.

표현할 수 없는 성스러움과 신비로움은 봉헌생활 동시에 축성생활을 하는 수도자의 온몸에서 흘러넘쳐야 한다.

그러기에 수도자들은 성별(聖別)된 사람들이다. 세상을 흉내 내거나 세상과 같은 소리를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이 거룩하게 축성한 그 모습을 지녀야 한다. 수도자가 이 멋이 없어질 때 가장 비참한 것이요 존재감을 상실하는 것이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소금이 짠맛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를 세상으로부터 따로 떼어놓고 축성하셨다. 하느님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어야 한다. 거룩함과 순결함과 고상함과 신비로움이다.

신앙의 본질은 한가지다. 하느님을 만유위에 공경하라는 첫째계명은 수도자나 평신도나 같다. 그러나 독신생활로 24시간 주님과 함께 살며 갈림없는 사랑을 주님께 봉헌하는 사람들은, 결혼생활하면서 의식주 문제로 일하며 시간을 쪼개어 하느님을 섬겨야하는 평신도들보다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 그러면 그만큼 하느님께 감사하며 살아야하고 더 하느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생활을 해야할 것이다.

세상이 수도자들에게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수도원에 와서 수도자들이 기도하는 모습만 보고도 은혜를 받는다고 한다. 수도자들이 해야 하는 역할은 하느님의 현존을 일상사 안에서 드러내 보여주고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수도원에서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수도자들의 생일날 우리 삶을 돌아보고 나의 수도생활의 현주소가 어디인가를 성찰하는 하루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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