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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이 에제키엘 신부님과 이규용 유스티노 신부님의 할머니이신 이점순 루시아 님께서 선종하시어 9일 대구 만촌동성당에서 9시에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기도해주신 수도자들과 3회원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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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미사강론(2013-10-9-이점순 루시아-이 에제키엘, 유스티노 신부 조모)

 

우리 선조들은 죽었다는 표현을 돌아가셨다또는 떠나셨다고 표현하고 귀향(歸鄕)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 표현들은 다 목적지가 있음을 전제한다. 하숙생이라는 최희준의 노래에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고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다. 세상 사람들도 이 세상이 여원한 정착지가 아니라 나그네길이며 덧없는 인생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목적지를 분명히 알지 못하기에 때로는 젊음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노세 노세 젊어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하며 가는 세월을 아쉬워하였다.

사는 동안 충성과 절개를 지켜왔던 충신 열사들도 나라와 민족이나 임금을 위해서 충성을 다해 목숨을 바치면서도 죽음후의 목적지를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포은 정몽주 선생은 기울어져가는 고려조를 위해 목숨을 바쳐 단심가로 이몸이 죽고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도 두 왕조를 섬기지는 않겠다고 목숨을 바쳤지만 고려조는 얼마 안가서 망하고야 말았다.

불사이군의 정신으로 한 임금 단종만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육신 그중에도 성삼문은 북소리 둥둥둥, 이내 목숨 재촉하는데, 저승길에는 주막도 없다는데 이 밤은 뉘집에서 쉬어가리.”하면서 목적지도 모른 채 떠나는 서글픔을 노래하였다. 그들이 생명을 바친 대상은 결국 얼마 안가서 덧없이 사라지는 왕조나 우리와 같은 인간일 뿐이었음은 더욱 허무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가 믿고 구세주로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는 아버지께 갈 수 없고 나를 보는 사람은 곧 아버지를 보는 것이다.”라고 권위있게 말씀하셨고, 순교자들이 목숨바치는 대상은 바로 죽었다가 영생으로 부활하시고 아버지께로 가는 진리요 생명이신 분이다.

그러기에 베드로사도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 밖에는 없다고 선언하였던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우리는 울면서 태어난다. 그것은 이세상이 고해임을 안다는 표현이다. 그러나 세상을 하직할 때는 희비가 엇갈린다. 어떤 이는 죽음을 기쁘게 웃으며 맞이하고 어떤 이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당황하며 맞이한다. 전자는 가야할 목적지를 알고 죽음을 잘 준비한 영혼이다.

후자는 이세상이 전부인양 속아 살다가 아무 준비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영혼이다.

우리 그리스도신자들은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육신의 장막이 무너지면 새로운 거처가 마련됨을 알고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명절이면 귀성객들이 저마다 고향을 찾아 부모님께 선물을 사들고 부푼 마음으로 귀향길에 오른다.

인생 나그네 길에 본향을 찾는 우리 인생여정에도 하늘 아버지께 들고 갈 선물을 준비하여야할 것이다.

예수님은 부활 승천하시면서, “내 아버지께 먼저 가서 너희가 있을 처소를 마련하고 다시 데리러 내려오겠다.”고 약속하시고 떠나셨다. 다시 오실 때에는 너희의 행한 업적에 따라 상급을 가지고 오겠다.”고 하셨다.

천국은 상급으로 주어지는 곳이다.

죽음을 묵상하면서 우리는 인생이 나그네길이며 이세상이 목적지가 아님을 깨닫고 언젠가는 떠나리라는 것을 생각하며 세상에 대한 애착을 끊어야함을 명심하여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그날이 예고 없이 닥칠 것을 묵상하며 오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데는 순서가 없음을 생각하고 미리 대비해야함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무덤을 지나칠 때 나와 상관없는 듯 지나친다면 무덤은 우리에게 무언의 손짓을 하며, “오늘은 내 차례이지만, 내일은 네 차례라네!”(Hodie mihi, cras tibi)라고 말할 것이다.

잘 준비된 영혼은 죽음을 웃으며 마중할 수 있다.

죽음을 등한시하면 삶도 소홀하게 된다. 그리스도만이 죽음 후의 문제에 권위있게 답을 주실 수 있다. 그분만이 죽었다가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80평생을 투자하여 영생을 얻는다면 이보다 더 큰 횡재가 어디 있는가! 그리스도를 믿고 영생을 얻는다는 것은 구리돈을 황금과 바꾸는 것이요, 헌옷주고 비단옷으로 갈아입는 격이다. 세례성사로 우리는 흙이요 먼지에 불과한 존재가 하늘왕자요 공주의 신분으로 승격되는 것이다. 그러면 하늘 궁전의 아버지의 모든 재산이 다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와 공동상속자가 되는 것이다.(로마8,17)

풀잎 끝에 맺혀진 물방울(草露人生)이 혼자 있을 때는 햇볕만 나면 증발하여 사라지지만, 시냇물을 따라 흐르고 흘러 큰 바다에 내려가면 바닷 속 모든 보화가 다 그 물방울의 것이 된다.

인간이 하느님을 떠나서는 물 방울같은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하느님의 궁전에 들어가면 하늘 궁전의 모든 보화가 다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다.

예수님은 다시 오시는 날 신랑으로서 나를 신부로 맞이하여 내 손잡고 성부옥좌 앞으로 wedding march에 발 맞추어 행진하고자 오신다. 그래서 주님은 내가 신부로 장성하기를 원하신다. 내가 신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편단심으로 그리스도만을 사랑하고 예수성심과 한 마음이 되고 신랑의 마음을 위로하는 마음이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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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루시아 할머니는 저희 수도회의 3회원으로서 신앙의 모델이 되셨다.

딸 두분을 수녀로 키우시고, 손자 둘을 수사신부로 봉헌하셨고, 손녀 하나를 수녀로 키우셨다. 한 가정에서 한사람의 성소자를 키우기도 어려운데 한 가정에서 다섯 분의 성소자를 키워내신 보기 드문 입지전적 인물이니 가히 기도의 사람이라고 부를만하다.

그분의 생애는 기도로 살 수 밖에 없으셨고 마음 속에 다섯 분의 성소자가 한 시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으셨을 것이다. 기도 속에 살 수 밖에 없도록 하느님이 할머니의 삶을 거룩하게 사로잡으셨다.

기도의 힘은 위대하다.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니!

(주례: 부총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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