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대)축일 강론
2023.05.14 06:46

2023년 5월 14일 부활 제 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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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을 가족같이! 신자들 가정에 평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소집 계획을 발표한 날, 교황 요한 23세 성하께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혼잣말을 하셨다고 합니다. “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거냐? 교회를 이끄는 이가 교황이냐, 아니면 성령님이시냐? 성령님이 맞지 않느냐? 그러니 어서 자자.”


예수님은 성령께 별명을 붙여주셨다. 파라클리토 성령이다. 라틴어로는 ‘파라클리투스’라 하고, 그리스어로는 ‘파라클레토스’라 합니다. 여기서 ‘파라’는 ‘~옆에’라는 뜻. ‘클레토스’는 ‘불러서 세우신 분’입니다. 합쳐서 ‘내 옆에 서 계신 분’이 됩니다.


작별의 때가 가까워 오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십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슬픔에 잠깁니다. 이때 예수님은 파라클리토 성령님을 약속하십니다.


당신이 제자들 곁을 떠나게 되겠지만 대신에 그들을 도울 보호자이신 성령이 함께 하실 것을 확신시켜주시기 위한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번에 걸쳐 성령님을 약속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길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 이것이 성령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성령님께서는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바를 ‘가르치시고’ ‘기억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이 두 가지 행동, ‘가르치다’와 ‘기억하게 해 주다’에 관해 묵상해 봅시다. 왜냐하면 성령님께서 이런 방식으로 예수님의 복음을 우리 마음에 들어오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성령님께서 가르치십니다. 이 방식으로 성령님께서는 신앙생활에서 우리에게 나타나는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십니다. 실제로 복음과 일상생활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의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2000년 전에 사셨다는 것입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시대, 다른 상황이었기 때문에, 복음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복음은 오늘날의 요구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에게도 다음과 같은 물음이 떠오릅니다. ‘인터넷’ 시대, 세계화 시대에 복음은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모든 시대와 모든 사람에게 연결시키시는 분이 바로 성령님이십니다. 성령님과 함께하면 그리스도의 말씀은 단순 기억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은 성령님으로 말미암아 오늘 살아 있는 말씀이 됩니다. 성령님께서 우리를 위해 말씀을 살아 있게 만드십니다. 곧,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현실에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성령님께서는 세월의 흐름을 우려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믿는 이들로 하여금 시대의 문제나 사건에 귀를 기울이게 하십니다. 실로 성령님께서 가르치실 때에는 현실이 됩니다. 성령님께서는 믿음을 영원히 젊게 유지시켜 주십니다. 


성령님께서는 믿음을 시대에 맞게, 나날이 새롭게 하십니다. 믿음을 새롭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성령님의 일이십니니다. 성령님께서는 특정 시대나 지나가는 유행에 얽매이지 않으시고, 부활하시어 살아 계신 예수님의 실체를 오늘 이 자리로 모셔오시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성령님께서는 어떻게 그런 일을 하시는 걸까요? 우리가 ‘기억하게 해 주심으로써’ 그렇게 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동사, ‘기억하다’입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을 마음에 되돌린다’, ‘생각나게 한다’는 뜻입니다. 곧, 성령님께서 우리 마음에 복음을 되찾게 해 주신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사도들에게 일어난 일과 같습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여러 차례 들었지만, 그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오순절 이후로 사도들은 성령님과 함께 기억하고 깨닫게 됩니다. 사도들은 특히 자신들을 위한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외적인 지식, 기억의 인식에서 주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 주님과의 기쁘고 확신에 찬 관계로 넘어갑니다. 이 일을 하시는 분이 성령님이십니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에서 예수님에 대한 인격적인 앎으로 넘어가게 하시는 분,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오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이처럼 성님령께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주십니다. 예수님의 생각이 우리의 생각이 되게 하십니다. 성령님께서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게 해 주심으로써’, 오늘도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 마음에 일깨워 주심으로써 그렇게 하십니다.


우리에게 예수님을 기억하게 해 주시는 성령님이 아니 계시면 믿음은 사라집니다. 신앙이 기억 없는 아련한 추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억은 살아 있습니다. 살아 있는 기억은 성령님께서 인도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우리는 건망증이 심한 그리스도인인가? 절망, 고달픔, 위기가 예수님의 사랑을 잊어버리게 하고 우리를 두려움과 의심에 빠지게 하는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해결책은 성령님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전이나 어려운 상황에, 특히 중요한 순간에 자주 성령님께 기도합시다. 손에 복음을 들고 성령님을 부릅시다. “오소서, 성령님. 예수님을 기억하게 해 주소서. 제 마음을 비추소서.”  그런 다음 복음을 펼치고 짧은 구절을 천천히 읽어봅시다. 그러면 성령님께서 그 구절을 우리의 삶에 대한 말씀이 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이번 한주간 성령님을 모시고 신앙의 기쁨을 기억하며 실아갑시다.


                                                                                                                                     김형진 로무알도 신부(SS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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