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대)축일 강론
2022.06.12 07:01

2022년 6웡 12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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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삼위일체 신비를 기리는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삼위일체는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께서 같은 본성과 실체를 가지신 한 분 하느님이심을 뜻하는 말로서, 그리스도교의 핵심 교리입니다.


 위격(位格)은 인격(人格)이란 말과 비슷합니다. 인격이 산 사람에게 사용된다면 위격은 영혼에 적용하는 한자말(漢字語)입니다. 


이 대축일의 기원은 4세기 초입니다. 교회는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아리우스 이단을 물리친 뒤 이 축일을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354-430)이 어느 날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하여 묵상하며 백사장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어린아이가 모래성을 쌓고 조개껍질로 바닷물을 열심히 퍼 담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성인이 "그 작은 구멍에 어찌 저 넓고 무한한 바닷물을 다 퍼 담을 수 있겠느냐?"하자 어린이는 일어서서 천사로 변하며 "저는 언젠가 저 바닷물을 이 작은 구멍에 다 담을 수는 있어도 당신이 연구하시는 삼위일체는 영원히 인간의 작은 머리 속에 담지 못할 것입니다." 하고 사라져 버렸답니다. 성인은 그제서야 머리 속이 하야지며, 무릎을 탁 치며 자신의 교만과 쓸데없는 야심을 버리고 삼위일체 신비 탐구를 멈췄다고 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 아이와, 삼위일체 하느님을 머리로 이해하겠다는 나 자신 가운데 누가 더 멍청한 자인가?” 하고 자문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그만큼 삼위일체의 신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겠습니다.
 
하지만 삼위일체 교리는 단순합니다. 막연함만으로 다가가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하느님에 대해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무작정 덮어 두는 것도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삼위일체의 교리는 어떤 이론적인 사색에서 나온 정의이기보다는 하느님과 예수님, 그리고 성령님을 경험한 사람들의 체험에서 고백된 교리입니다. 즉, 하느님과 예수님, 성령님 안에서 하느님을 본 사람들의 체험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 분이 아니라 세 위격이신 한분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의 세 위격은 서로 실제적으로 구분되지만 오직 하나의 본성, 하나의 실체이십니다. 성부의 위격이 다르고, 성자의 위격이 다르고, 성신(성령)의 위격이 다릅니다. 그러나 성부와 성자와 성신(성령)의 천주성은 하나이고, 그 영광은 동일하고, 그 위엄은 다같이 영원합니다."


이것이 천주교에서 밝히는 삼위일체 신앙입니다.

교회는 부활 시기를 지내면서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그리고 성령강림의 신비를 묵상한 후 인간의 지성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 신비를 우리에게 묵상하고 하느님을 장엄하게 고백하며 찬미하도록 인도하고 있습니다.


계시의 기원은 아버지한테서 비롯되고, 그 계시를 드러내는 것은 아들의 삶이며, 아들이 떠난 후 성령의 해석으로 그 계시는 완전해집니다. 하느님은 분명히 한 분이시지만 유아독존적 존재로서 하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적 존재로서 하나가 되어 계시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이면서 동시에 셋이라는 알아듣기 힘든 삼위일체라는 존재 양식이 아니라, 어떻게 세 위격으로 나뉘어져 계시면서 동시에 하나로 일치되어 있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창조의 원리, 화합의 원리, 사랑의 원리이기 때분입니다.


삼위일체란 하느님의 삶, 하느님의 업적, 하느님의 사랑을 말합니다. 성부는 창조하시고 선택하시고 부르시는 구원의 근원이시며, 성자는 우리의 구원을 선포하시고 그 구원을 당신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로써 완성하셨음을, 성령의 은총을 통하여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삼위일체는 이론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존재 모습’을 표현한 용어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삼위일체 안에서 묵상해야 할 메시지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께서 완벽한 일치로 계신다는 가르침입니다. 사랑과 일치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점차 이 신비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그 가르침을 우리도 가정 안에서,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웃들 안에서 이루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삼위일체 대축일의 교훈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성령님은 아버지와 아들과 함께 등장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구원을 위해 함께 일합니다. 성령님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비인격적 존재가 아닙니다. 성령님은 예수님에 대해 증언하고 가르치고 말하고 확신을 주는 인격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성령님께서 제자들을 ‘인도하고’ ‘말한다’ 는 표현은 모두 성령님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 이나 ‘힘’ 이나 ‘영감’ 같은 비인격적 존재가 아니며, 인간의 마음 안에 살아서 활동하는 인격적 존재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런 방식으로 성령님은 예수님이 떠나신 후,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맺은 인격적 관계를 함께 공유합니다.



우리 모든 인간의 진정한 평화와 행복의 비결은 이렇게 삼위일체적인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서 '우리' 공동체의 일치와 화해를 이룰 때 진실과 사랑이 있고, 여기서 우리 모두가 원하는 참된 행복과 영원한 생명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삼위일체의 신비에 동참하는 우리들이 살아야 할 이번 주의 숙제입니다.


                                                                                                                                   김형진 로무알도 신부(SS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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