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대)축일 강론
2022.06.23 06:42

2022년 6월 23일 성 요한 세례자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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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의 탄생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위해 하느님께서 섭리하신 대로 세례자 요한이 어머니 엘리사벳과 아버지 즈카르야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주님의 손길이 보호하는 가운데 태어난 세례자 요한은 선지자요 예언자로서 주님을 증언하고 자신은 한없이 낮아졌던 것입니다.

 

중국 선진 시대에 죽은 사람도 살려냈다는  편작이라고 부르는 유명한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의 두 형도 모두 의사였는데 삼형제 중 유독 막내인 편작만이 명의로 이름이 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위나라의 임금이 편작에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그대 삼형제 가운데 누가 의술이 가장 뛰어난가?"

"큰 형님의 의술이 가장 훌륭하고 저의 의술이 가장 비천합니다."

 

당연히 명의로 이름난 자신의 의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대답을 들은 임금은 그 이유가 궁금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편작 너의 이름이 백성들 사이에 더 알려져 있느냐?"

"사람들은 병이 깊은 환자들에게 약을 먹이고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하는 저의 행동을 보고 제가 자신의 병을 고쳐 주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명의로 소문난 이유입니다."

임금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 형들은 왜 명의로 소문나지 않는 거냐?"

"둘째형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한 상태에서 병을 알고 치료해 주기 때문에 이런 환자는 둘째형이 자신의 큰 병을 낫게 해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큰 형님은 상대방의 얼굴빛을 보고 그에게 장차 병이 있을 것을 짐작하고 병의 원인을 미리 없애 주지요. 그러니까 아파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받기 때문에 그들은 큰 형님이 자신의 고통을 없애 주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제야 임금은 훌륭한 사람이 모두 유명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편작의 형들처럼 남들이 알아주는데 연연해하지 않고 묵묵히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그것을 통해 행복을 얻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요즘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고 자랑하고 싶어합니다. 그것이 미덕인 시대입니다. 자신을 숨기고 남을 높여주려고 하는 모습은 보기가 힘듭니다. 

 

자신의 유식함을 자랑하고 자신의 권력을 자랑하고 자신의 부를 자랑하고 자신의 특기를 자랑하려고 합니다. 남을 세워주고 남을 먼저 배려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남을 누르고 자신을 드러낼 것인가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데서 묵묵히 남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남이 잘되도록 도와주기는커녕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다른 사람이 인정받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합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일반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드러나게 하기 위해 자신은 아주 낮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역할은 아주 미미한 것에 불과함을 말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신비 속에 탄생하였고 이스라엘 사람들의 많은 관심 속에 자랐습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그의 부모나 주위 사람들도 요한을 두고 미래에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바로 이스라엘 민족이 고대하던 메시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그와 같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 자라온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탄생 신비나 여러 가지 이상한 소문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찌 생각하든 그는 하느님이 이끄시는 대로 자신을 내맡기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갔을 뿐입니다. 결국 그는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요 그리스도가 아님을 명백하게 밝힙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닙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두고 이렇게 증언했던 것입니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지만 이제 머지않아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실 분이 오신다. 그분은 나보다 더 훌륭한 분이어서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저기 오신다. 내가 전에, 내 뒤에 오시는 분이 한 분 계신데 그분은 사실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계셨기 때문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분을 두고 한 말이었다”. “나는 지금 이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증언하는 것이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두고 하느님의 아들이요 메시아이심을 분명히 증언하였습니다. 

 

예수님을 세상에 들어 높여 찬양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은 예수님에 비해서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합니다. 종보다도 더 비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임을 고백했습니다. “그분은 나보다 더 훌륭한 분이어서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 이렇게 세례자 요한은 최대한의 겸손으로 예수님을 들어 높이셨습니다.

 

우리는 어떠합니까? 우리 자신을 다시 한번 겸허히 돌아보고 우리 자신의 존재를 점검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자신을 낮추고 이웃을 높여줌으로써 우리는 결국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자명한 진리를 망각하고 살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가르쳐 주신 진리를 따라 살 때 하느님의 따뜻한 손길이 우리 위에 늘 머무르며 보살펴 주실 것입니다. 아기 요한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김형진 로무알도 신부(SS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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