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복음묵상(평일)
2024.02.14 06:53

2024년 2월 14일 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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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을 가족같이! 신자들 가정에 평화


사순시기는 세상이 우리 개인의 필요라는 편협한 한계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고 일깨워주는 40일간의 좋은 때입니다. 또한 남은 시간이 아니라 삶의 우선권을 하느님께 돌려드리고 언제나 해야 할 일로 가득 찬 바쁜 일정의 독재와 점점 더 피상적이고 까다로워지는 자아의 요구를 막으며 중요한 것을 선택하기 위한 좋은 때입니다.


오늘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으며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이는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되새기고, 삶과 죽음이 하느님의 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회개를 요청하는 말씀입니다.


유다인들에게는 하느님께 죄를 지으면 머리에 재를 뒤집어쓴 후 예를 갖춰 참회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 이를 받아들여 사순 제1주일 전 수요일, 머리에 재를 바르는 일을 참회 예식으로 거행했습니다. 여기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이름이 비롯되었습니다. 성 그레고리오 1세 교황 성하께서는 재의 수요일을 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사순 시기 첫날로 제정하셨고, 복자 우르바노 2세 교황 성하께서는 모든 신자가 재의 예식에 참여토록 권고하셨습니다.


재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재는 우리가 죄를 지어 하느님에게서 떨어져 나오게 된 슬픔을 상징합니다. 물질이 타고 남은 잔재물인 재. 이는 인간이 지은 죄의 잔재로서, 지은 죄에 대한 보속 행위도 기억하게 합니다. 열정을 뜻하기도 합니다. 불로 단련 받아 자신을 모두 태워버린 재처럼 우리도 하느님을 항한 열정으로 자신을 온전히 태워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것을 다 태우고 남은 재에는 불순물이 없습니다. 재를 머리에 얹는 것은 하느님이 인간을 빚었던 처음 그때처럼 순수하고 깨끗하게 정화돼야 한다는 의미도 함축합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 성하 때, 교회는 재의 수요일에 금식과 금육을 실천하도록 규정하셨습니다. 신자들은 이날 두 가지를 동시에 지켜야 합니다. 금식은 하루 한 끼 식사만 거르면 됩니다. 금육재는 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 금식재는 만 18세부터 만 60세 전날까지 지킵니다. 금식과 금육은 절제와 극기로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아울러 단식과 금육으로 절약한 것을 가난한 이웃에게 베풀고 봉헌하며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실천 과제도 내포합니다.


재의 수요일 우리가 오늘 머리에 얹는 재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재가 우리 삶의 본질적인 진리인 예수님만이 하느님이시며 우리는 그분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진리로 돌아가게 합니다.


머리에 재를 얹는 행위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한 운명, 하느님의 자비를 통한 구원의 필요성을 상징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재의 예식은 인간 존재의 허약함을 드러내며 회개를 촉구하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의 죄보다 더 큰 하느님의 자비를 부각합니다.


사제는 재의 수요일부터 통회와 속죄를 나타내는 자색 제의를 입습니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시기인 오늘부터 기쁨을 상징하는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를 노래하지 않습니다. 말씀 전례는 참회, 단식, 자선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자선은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기 위해 재빨리 끝내고 마는 행위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우리 손으로 어루만지고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기도는 한낱 예식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와의 진실하고 사랑스러운 대화입니다. 단식은 한낱 장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중요한 것과 덧없는 것을 우리 마음에 일깨워주는 강력한 행위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눈길 앞에 겸손하게 서 있다면 자선, 기도, 단식은 우리가 진정으로 하느님의 자녀이며 서로의 형제자매임을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자선은 궁핍한 이들에 대한 연민의 표지가 되고, 기도는 아버지를 만나고자 하는 우리의 깊은 열망에 목소리를 보탤 것이며, 단식은 불필요한 것들을 기꺼이 버리고 우리 자신의 진리로 돌아갈 수 있는 영적 훈련의 장이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사순시기에 우리들의 회개를 위하여, 우리들의 참된 변화를 위하여 참고 견디어내는 삶을 살아갑시다.


                                                                                                                                 김형진 로무알도 신부 (SS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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