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대)축일 강론
2016.02.22 18:44

2016-2-23-사순2주 화(마태2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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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2주 화(마태23,1-12)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질타하시면서 그들의 가르침은 받아들이되 그들의 행동은 본받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왜냐하면 그들은 말만하고 실행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에게 지워주고는 자기들은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성구갑을 넓게 하고 옷자락 술을 길에 늘어뜨리고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하고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스승소리를 듣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예수님 당시의 그들의 가식적인 행동을 지적하신 내용을 단지 그들을 비판만 하기에는 나 자신이 양심에 가책이 느껴진다. 어쩌면 그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제가 되어 어느덧 남의 인사 받는데 익숙해져 있고, 인사하지 않는 신자를 보면 언짢게 느껴지고, 잔칫집에서는 의례껏 윗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로만칼라가 존경의 상징으로 성직자 복장을 안 하면 초라해 보이고 위축되어 보이면서 어쩌다가 비신자들에게 “아저씨!” 하는 칭호를 들을 때면 모멸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면서 섭섭하기까지 한 나의 모습이 오늘 예수님이 비판하시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과 많이 닮은꼴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성체대전에서는 겸손덕을 실천하겠노라고 다짐하면서도 성당 문밖을 나서면 다시 가식적인 행동에 익숙해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내실없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속빈 강정처럼 비참하게 느껴진다.

예전에 우리 수도원 정문에, "장소가 사람을 거룩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Locus non sanctificat hominum.) 라는 격언이 붙어있었다.

수도원에 살면 저절로 거룩해지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사람이 살아야 수도원이 거룩해지는 것이다. 마치 예루살렘이 예수님의 발자취가 서려있으므로 성지인 것이지, 본래부터 땅이 거룩해서 성지가 아닌 것처럼, 성인이 산 곳이 성지가 되는 것이다. 의복이 사람을 거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사람이 입은 옷을 거룩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성직자들의 복장을 보고 경의를 표한다. 그것은 신자들의 성직자들에 대한 예우로서 탓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칭찬할 만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존경을 받는 성직자 자신은 겸손덕을 닦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할 것이고, 자신을 낮추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한다. 존경받는 것이나 칭찬을 듣는 것은 자신의 겸손덕을 닦아나가는데 백해무익하다.

그래서 옛 성인들은 칭찬받기를 씀바귀처럼 싫어하였다. 거지로 평생을 성지순례를 하였던 분도 라브르 성인이 어느날 당신을 환영하려고 준비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고 펄쩍 뛰면서 도망을 갔다고 한다.

대만의 산궈스 추기경도 선종하기 직전 자신의 겸덕을 닦기 위해 주님이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하여 추기경으로서 받아온 존경과 품위를 한 순간에 무너지게 한 후에 예수님 늑방에 캥가루처럼 뛰어올라 숨어 안식을 누리게 되었음을 고백하였듯이, 나 스스로 망신을 자초하여 낮아지기는 어렵다. 주어지는 기회를 황금기회로 알고 불평없이 수모와 능욕의 기회를 감수하고 겸덕을 닦을 기회로 삼아야 하리라.

“주님, 교만한 속빈 강정인 이 가련한 사제에게 망신살이 뻗치는 기회를 많이 허락하시어 그동안 쌓인 허례와 가식적인 허영심을 깡그리 무너뜨려 낮은 자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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