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가르멜 영혼의 두 자매


성녀 소화 데레사와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


Scan.jpg


​​​​​​​

인가대총서 22/교의신학 4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지음


김관희 옮김


인천가톨릭대학교 출판부



책소개 


저자 약력

 

- 1905년 스위스 루체른 태생

- 1927년 독일문학 박사학위 취득 후 예수회 입회

- 1936년 예수회 수도회 사제 서품

- 1944년 신비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 함께 재속수도회(‘요한공동체’) 창설 겸 지도신부

- 1947년 요한출판사 설립

- 1950년 예수회 탈퇴. 다양한 국제 신학 심포지엄 주최, 다수의 영성 피정 지도

- 1956년 스위스 쿠어(Chur) 교구 입적

- 1973년 국제 신학월간지 Communio 공동 창간

- 1988년 요한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직에 서임되었으나 수여식 사흘 전 별세

- 평생 동안 119권의 단행본, 532편의 논문, 114편의 공동 집필서, 110권의 번역서 등을 남겼고, 특히 말년에 집필한 주저 신학적 미학’(Herrlichkeit) 삼부작(15)은 현대판 신학대전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역자 약력(김관희 신부)

 

- 1988년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 수도회 사제 서품

- 1996년 로마 라테란 대학교 교의신학 박사학위 취득

-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삼위일체론 강의

서강대학교 예수회 센터에서 그리스도론 강의


다음의 역서를 펴낸 바 있다.

예수 그리스도(그리스도론), 안젤로 아마토, 수가대 (2012)20142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삼위일체론), 바티스타 몬딘, 인가대 2013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삼위일체론), 발터 카스퍼, 수가대 2015

지옥 이야기,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바오로 딸 2017

구원 이야기,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바오로 딸 2018

성삼일 신학,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인가대 2020

주일 강론집(말씀의 빛),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인가대 2021


추천사


본서는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추기경님이 자신의 탁월한 신학적 식견을 바탕으로 현대의 대표적 영성가 가운데 두 분의 가르멜 성녀인 성녀 소화 데레사와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의 생애와 영성의 핵심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폰 발타사르 추기경님은 칼 라너, 이브 콩가르, 다니엘 루, 드 뤼박 등과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가톨릭 신학자로 현대 신학 발전에 지대한 업적을 남기셨을 뿐만 아니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 분입니다. 추기경님은 1930년대에 리옹의 푸르비에르 언덕에 자리한 예수회 신학대학을 중심으로 앙리 드 뤼박, 다니엘 루 등과 더불어 교부들의 문헌을 연구해서 현대 교부학의 부흥에 영향을 미친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시리즈를 창간했습니다. 더욱이 예수회에 속해 수도 사제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이미 독일 문학 박사를 취득한 독특한 이력에서 드러나듯이, 이분은 방대한 문학적, 철학적, 예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설명하는 가운데 이 역사가 지닌 풍부함을 잘 보여줌으로써, 많은 대가가 출현한 현대 신학에서도 신학적 미학이라는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독특한 입지를 구축한 분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런 그분의 신학적 비전은 현대 신학에서도 독보적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다음과 같은 그분의 3부작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영광>(7), <하느님 드라마>(5), <하느님 논리>(3). 추기경님은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공의회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했으며, 친교라는 국제 학술 잡지를 창간해서 당대 신학을 주도하던 대가들과 함께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신학적 사색의 증진을 도모했습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신학에는 교부학, 교의 신학, 영성 신학, 성경 신학, 문학, 철학, 예술 등이 종합적으로 녹아있습니다. 폰 발타사르 추기경님은 단순히 신학을 구원 역사에 대한 사변적인 작업에 국한하지 않고 그것이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구현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계셨습니다. 이러한 그분의 신념은 결국 그분의 신학이 영성이 되게 해주었습니다. 본서에는 그러한 추기경님의 영성적인 비전이 잘 담겨있습니다.


성녀 소화 데레사와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은 16세기 중반 스페인에서 예수의 성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을 통해 거대한 영적인 산맥으로 자리 잡은 가르멜 영성을 현대적인 맥락에서 새롭게 제시한 성녀들입니다. 종종 두 분은 쌍둥이 자매처럼 비유되곤 합니다. 두 분 모두 프랑스 교회라는 비옥한 영적, 신학적 배경을 뒤로하고 있으며, 예수의 성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이라는 가르멜의 두 영적인 스승으로부터 많은 자양분을 받았습니다. 또한, 두 분의 영성을 대표하는 어린이의 길영광의 찬미는 모두 성경에 대한 깊은 묵상을 통해 발견한 결실입니다. 두 분 모두 어린 나이에 일찍 가르멜 여정에 입문한 것이며 불치병을 얻어 일찍 돌아가신 것 역시 공통점입니다. 두 분의 삶에서 예수님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만큼 두 분의 삶 전체는 속속들이 예수님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또한, 소화 데레사는 1873년생이고, 엘리사벳은 1880년생이니 같은 조국에서 거의 동시대를 살다 간 분들입니다. 그렇다고 두 분이 생전에 서로를 잘 알았고 교류했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소화 데레사의 사후에 그분의 <어느 영혼의 이야기>(한국에서는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으로 알려진)가 널리 퍼지면서, 엘리사벳은 자연스레 소화 데레사의 영성을 접했고, 그분으로부터 다양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비근한 예로, 엘리사벳의 영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 나의 하느님, 흠숭하올 삼위일체시여와 소화 데레사의 인자하신 사랑에 바치는 봉헌 기도는 여러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엘리사벳이 일방적으로 소화 데레사를 모방한 것은 아닙니다. 폰 발타사르 추기경님은 이 점과 관련해서 당시 학계에서 제시된 최신의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엘리사벳의 영성이 소화 데레사로부터 영감을 받았지만, 분명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적 비전을 구축했으며 그 수준은 오히려 소화 데레사보다 한 수 위였다고 평가하기까지 했습니다. 여하튼, 두 분은 같은 가르멜의 산맥에서 자양분을 받았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인간적 기질과 영성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각자의 고유한 영성을 꽃피웠으며, 이를 통해 동시대를 비롯해 백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보편 교회 전체에 천상의 빛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폰 발타사르 추기경님은 본서에서 두 분의 생애와 영성적인 특징을 두 부분에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 교회에는 두 분의 작품을 비롯해 두 분의 생애와 영성을 소개하는 영성 서적들이 제법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신심 서적이고, 두 분을 신학적인 관점에서 예리하게 평가하고 소개한 작품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독자들은 본서를 통해 탁월한 신학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제시된 폰 발타사르 추기경님의 친절하고도 세심한 안내를 통해 두 분을 만나는 가운데 두 분의 영성이 교회 전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며 그 영성의 핵심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두 분이 공유하는 영성의 바탕을 비롯해 서로 구별되는 각자의 고유한 영성의 색채가 무엇인지 감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본서는 그간 한국 교회에 소개된 두 분에 대한 책자들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며 학계에 기여하는 좋은 작품이라고 확신합니다. 현대 가톨릭 신학계에서 최고의 신학적 권위를 갖는 폰 발타사르 추기경님에 의해 두 분의 영성을 소개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 책의 내용이 확실히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본서의 역자이신 천주 성삼회 소속 김관희 신부님은 그간 교의신학 분야와 폰 발타사르의 사상 분야에서 주옥같은 작품들을 번역, 소개하는 가운데 한국 교회의 학문 발전에 많이 기여하신 훌륭한 학자 사제이십니다. 수도자가 학문을 연구하고 펼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한국 교회의 상황에서 신부님은 수도 사제들 가운데 드물게 일찍부터 교회 학문을 연구하고 이를 끊임없이 소중한 결실로 내놓아 많은 신학생들과 신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신부님께서 번역해서 소개하신 그리스도론과 신론 그리고 삼위일체론 교과서는 이미 신학계에 널리 퍼져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국 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된 신부님의 폰 발타사르 추기경님에 관한 역서들을 통해 많은 이들이 그분의 신학을 본격적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본서 역시 그런 신부님의 신학적인 비전과 노고의 결실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신부님의 학문적인 행보도 탁월하셨지만, 장차 신부님을 통해 한국 교회에 소개될 작품들이 더 기대되는 것은, 신부님의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신학적인 가치를 갖는 무게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디 건강하셔서 앞으로도 한국 신학계에 초석이 되는 보석 같은 많은 작품들을 많이 나눠주시길 기원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가르멜 회원으로서 폰 발타사르 추기경님이 두 가르멜 성녀의 영성을 소개한 이 작품을 한국 교회에 번역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유학 시절부터 눈여겨 오던 소중한 작품이었고 언젠가 한국 교회에 소개하리라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간 다른 작품들에 대한 집필과 번역, 신학교 강의 등에 매진하느라 적절한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마침 김관희 신부님의 노고로 이 귀한 작품이 소개됨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더욱이 성녀 소화 데레사의 탄생 150주년이 되는 올해 이 작품이 출간되어 더욱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이 작품을 통해 한국 교회에 성녀 소화 데레사와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의 영성이 한층 더 깊이 있게 소개되고 내면화되어, 본서가 많은 신자들의 영적인 성장에 일조하기를 기원합니다. 두 성녀의 가르침에 따라 영적 어린이하느님 영광의 찬미가 되고자 하는 모든 영혼들에게 천상의 빛이 비치길 기도하며...

 

2023118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 기념일에

인천 가르멜 수도원에서

윤주현 신부, O.C.D.


역자의 글

 

먼저 두 성녀의 전기가 합본의 형태로 탄생한 과정을 말하고 싶다. 소화 데레사가 시성된 1925년 이후에 4권의 복사본 형태로 유포되던 그녀의 자전적 기록물인 한 영혼의 일기라는 인쇄물이 독일어로 번역된 것은 1947년에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에 의해서인데(Theresia vom Kinde Jesus. Geschichte einer Seele, Johannes Verlag), 발타사르가 이것을 근거로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의 전기(본서의 오리지널 버전)를 출판한 것은 1950년의 일이다. 그러다가 1956년에 프랑스에서 성녀의 자서전(Manuscripts Autobiographiques de Sainte Thérèse de l’Enfant Jésus)이 처음으로 출판되었고, 이 책이 독일어로 번역된 것은 1958년에 오토 이서란트(Otto Iserland), 요한 공동체의 초창기 멤버인 코르넬리아 카폴(Cornelia Capol)에 의해서다(Selbstbiographische Schriften, Einsiedeln, Johannes Verlag). 소화의 자서전이 정식으로 출판됨으로써 애초의 복사본에서는 불명료하던 것들이 베일을 벗게 되었기 때문에, 발타사르는 당시에는 시복조차 되지 않았던 삼위일체 엘리사벳에 대해서 쓴 전기(1953)를 함께 묶어 본서(1970)를 출간하게 된 것인데, 1950년의 책이 인용한 모든 출처를 가능한 한 소화의 자서전에 상응하도록 다시 고쳐서 쓰게 된 것이다.


본서에서 발타사르가 강조하는 것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성인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완벽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의 성인전은 치열하게 살다간 그들의 영웅적 행보를 극대화해서 결점이 없는 사람으로 소개하다 보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신앙인들에게는 가까이 하기에 너무 높은 경지에서 살아가는슈퍼맨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깊게 들여다보면 성인성녀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고 그들도 각각 나름의 약점과 허물을 갖게 마련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은 이렇게 성인들의 삶을 소개할 때에는 그걸 보고 감탄만 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성인들의 삶을 본받고 범인(凡人)들도 따라하게 만들어야 하고 성인들을 사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두 성녀의 삶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장점과 성덕은 치하하면서도 허물과 그늘은 거침없이 지적하고 때로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예컨대 소화의 경우 열 살 무렵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시달릴 때 성모님을 보고 치유된 사건이 있었는데, 친자매들의 입방정으로 인해서 소화가 성덕에 이르는 길에 있어서 불필요한 십자가를 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화는 그 일을 혼자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었는데 눈치 빠른 언니들이 집요하게 추궁하는 바람에 애덕을 거스를 수 없어서 성모님을 본 사건을 털어놓게 되었는데, 그것이 그만 가르멜 전체에 알려져 소화가 수녀원에 입회한 후에도 그 일화가 마치 꼬리표처럼 그녀를 따라다녀서 소화는 본의 아니게 이미 성모님을 본 아이로 통하면서 성덕을 쌓는 일을 집요하리만치 방해했다는 것이다. 삼위일체의 성녀 엘리사벳의 경우에는 그녀의 예민한 감수성을 문제 삼는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잘 쳐서 예술적 감각을 자랑하던 만큼 지나치게 민감한 감성이 오히려 그녀가 성덕에 다다르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인들이 허물과 그늘이 있었음에도 스스로 그 장해물들을 치우고 피해가면서 성덕을 쌓아가는 행보를 보게 되면 독자들도 감히 그들을 따라하고 싶은 용기와 동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성인들의 삶을 소개하는 방법론이다. 보통의 성인전은 성인들의 심리를 분석하거나 그들이 선보인 기상천외의 행적이나 일화들을 열거함으로써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심리학자들은 성인들의 삶을 극적으로 포장하려고 하고 고행이나 육신적인 고통 등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발타사르는 성인들의 속내를 알기 위해서는 심리학 연구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있지만, 너무 거기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인들의 삶이란 결국 그리스도의 거룩함을 한 자락 모방하는 삶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과감하게 두 성녀의 삶을 신학적으로 파헤친다. 신학을 배운 적도 없으며 한평생 가르멜의 담장 안에서 기도와 희생을 바치며 살다간 수도자들의 삶을 신학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그러나 저자는 신학자나 성인이나 모두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발타사르는 이를 일컬어서 신학적 현상학”(31) 또는 실존신학적 진리”(61)라고 부른다. 저자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에는 일리가 있다. 12세기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저명한 신학자는 성인이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신학과 성덕은 하나였는데, 스콜라신학 시대를 거치면서 본의 아니게 이 두 분야가 결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독자는 저자가 쓴 논문 신학과 성덕’(Theologie und Herrlichkeit)을 참고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두 성녀의 전기가 합본의 형태로 묶인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발타사르는 소화와 엘리사벳의 영성을 가르멜 영성을 상호 보완하는 대조적인 성격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화의 영성은 개성 강한 주관주의로, 엘리사벳의 영성은 개성 죽인 계시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두 성녀는 프랑스 가르멜 수녀로서 일면식은 없지만 13년의 시간차가 있었던 만큼 하나가 다른 하나의 영향을 받았을 공산이 크다. 리지외의 데레사가 서거한 뒤 그의 영성의 향기가 디종의 엘리사벳에게 전해져서 상호 보완의 영성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하고 전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본서에서 독자들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두 성녀의 새로운 신심을 배우는 이삭줍기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소화의 작은 꽃신심이나 아기 예수 신심을 능가하는 성면의 신심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성면의 신심이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소화가 발견해 낸 감미로운 영성인데, 치매에 걸린 아버지 마르탱의 고통을 묵상하던 중에 얻은 영성으로서 소화의 대표적인 성덕일 될 뻔했다가 네 살 언니인 셀린이 가르멜에 입회할 때 언니에게 수도명으로 주면서 양보한 영성이다. 엘리사벳은 가르멜에 입회하기 전 신심이 그다지 깊지 않은 엄마의 반대로 한때 끌탕을 해야만 했고, 수도생활을 하던 중에도 엄마의 분심 때문에 심적 고통을 적이 당해야 했다. 그런 엄마의 신앙을 이끌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나는 엄마의 작은 엄마예요.”라는 말로 엄마를 위로하고 격려한 성녀의 지혜와 용기가 가상하다. 이밖에도 소화의 영성과 프로테스탄트의 관심사에서 묘하게 공통점을 발견하는 저자의 안목과 혜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성소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개방적인 문화가 약동하고 활동을 중시하는 현대에 접어들면서 일반적인 사제성소나 수도성소는 줄어드는 반면에, 문명세계를 등지고 봉쇄수도원의 담벼락 안에 갇혀서 관상생활을 추구하고 평생 희생과 기도로 자신을 봉헌하고자 하는 생활패턴에 의외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발타사르는 진단한다. 아무쪼록 본서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수도생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두 성녀가 보여주는 탁월한 영성을 본받아 감히 이 길을 걷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본다. 특히 2023년은 성녀 소화 데레사가 태어난 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고 2025년은 시성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연속되는 축제와도 같은 이즈음에 본서가 우리말로 빛을 보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202312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수도회


김관희 신부

 




Who's 운영자

profile
Atachment
첨부 '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 가르멜 영혼의 두 자매 file 운영자 2024.04.14 49 0
7 말씀의 빛 ㅡ 발타사르의 주일 강론 스케치 file 운영자 2021.03.26 253 0
6 성삼일 신학 file 운영자 2020.04.02 841 0
5 발타사르의 구원 이야기 1 file 운영자 2020.04.01 902 0
4 발타사르의 지옥이야기 1 file 운영자 2020.03.31 931 0
3 예수 그리스도 1 file 운영자 2020.03.31 756 0
2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file 운영자 2020.03.31 314 0
1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file 운영자 2020.03.30 179 0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XE Login